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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논쟁]물가 31% 뛸 때 과표구간 15년째 그대로…"사실상 자동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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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개편 왜 필요한가
물가 상승률·최저임금 인상폭도 반영 안돼
중산층·서민층 세 부담 경감…8800만원 이하 구간 상향할 듯

[소득세 논쟁]물가 31% 뛸 때 과표구간 15년째 그대로…"사실상 자동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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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세종=손선희 기자] 정부가 중산층 세 부담 감면을 위해 근로소득세를 개편하기로 하고 15년 만에 과표구간 조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현재의 소득세 체계가 만들어진 2008년 대비 물가는 30% 넘게 뛰었지만 과표구간과 세율은 그대로라 정부가 '소리 없는 증세'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탓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소득세제 개편이 필요하지만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당시 '부자 감세' 논란 재연 가능성과 재정 건전성을 감안해 치솟는 물가와 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 이하를 타깃으로 한 소득세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2.5배 뛰어도 과표구간 '제자리'=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 중 근로소득세 수입은 2008년 15조6000억원에서 2021년 47조2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일자리 증가,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에서 기인했다는 게 그간의 정부 설명이지만 15년간 물가 상승에 따라 늘어난 월급쟁이들의 소득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더 걷어간 데 따른 측면이 적지 않다.

현행 근로소득세 과표구간 중 '8800만원 이하' 구간들은 2008년 개편 당시 정해졌다. 높은 세율의 과표를 추가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단행하긴 했지만 8800만원 이하의 서민·중산층 이하 구간의 과표는 15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2009년 세율만 2%포인트씩 소폭 하향했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2008년 6월말 대비 31.7% 상승했지만 소득세 과표구간 및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을 상대로 사실상 자동으로 증세를 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현행 소득세 과표엔 최저임금 인상폭도 반영되지 않는다. 2008년 당시 최저임금은 시급 3770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945만원이다. 이 때만 해도 최저세율 구간 기준(1200만원)보다 낮았다. 15년 뒤인 2023년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으로, 연봉 환산 시 2415만원이다. 최저임금이 2.5배 이상 오르는 동안 과표구간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전반적으로 적용세율이 올라갔다. 최저임금자들은 대부분 각종 공제로 인해 면세된다는 점은 같지만, 과표구간 4600만원에 걸친 중간 분위 소득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가 이뤄진 셈이다.


◆8800만원 이하 과표구간 상향에 무게=물가가 급등하고 민생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기재부는 오는 21일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소득세 과표구간의 상향 방안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세 부담 경감 방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15년 만에 소득세 개편 가능성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여기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을 우려, 경영계에 임금 인상폭 최소화를 요구한 것도 현행 소득세 체계에 대한 월급쟁이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나설 경우 서민과 중산층이 포진된 8800만원 이하 구간을 손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이들 계층의 세 부담 완화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다른 과표구간도 수정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세수 감소 문제, 부자 감세 지적이 나올 수 있어 고소득자로 볼 수 있는 '1억5000만원 이하' 이상의 과표구간은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정부도 소득세 인하를 추진하다가 '부자 감세' 논란으로 한 발 물러섰던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4단계로 이뤄진 모든 소득구간에 대해 세율을 종전 8~35%에서 일률적으로 2%포인트 낮춘 6~33%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8800만원 초과 최고소득구간의 경우 시행 시기를 두 차례나 미루다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부자 감세'란 낙인이 찍히며 여당에서조차 부담을 느낀 것이 결정타였다.


◆'돈 벌어도 세금 0원?' 과도한 면세율은 고민=다만 정부는 면세자를 더 늘리는 데는 매우 부정적이다. 2020년 기준 전체 근로소득자 1950만명 중 면세자만 726만명(37.2%)에 이른다. 각종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에 따라 사실상 돈을 벌고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인원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반면 과세표준 4600만원 초과 신고인원은 전체의 11.2%에 불과한데, 결정세액 부담 비율은 76.2%에 달한다. 이처럼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이 높고, 면세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전반적 소득세 부담을 나타내는 실효세율은 실제 선진국들과 비교해 오히려 낮은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6.0%(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정 정상화' 구호를 내걸고 건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기준 총 국세수입(344조1000억원) 대비 소득세(114조1000억원)가 차지한 비중은 33.2%에 달한다. 전 세목 중 세수기여도가 가장 높아 정부 수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은 필연적으로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15년째 과표구간이 바뀌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이 각종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정부의 복지지출이 늘어났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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