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모든 것이 가능하다(everything is in play)."(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무려 9%를 넘어선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초부터 본격화한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의 가파른 행보에도 좀처럼 인플레이션이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자, 결국 1990년대 오버나이트 금리 도입 이후 최초로 ‘1.0%포인트’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 물가쇼크…1.0%P 인상론 확산
월스트리트에서는 13일(현지시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공개 이후 Fed의 1.0%포인트 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전날 7.6%에 그쳤던 7월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이날 오전 44%, 오후 83%까지 치솟은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1년 전보다 9.1% 급등한 6월 CPI는 아직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이 멀었음을 시사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5.9%로 전월보다 둔화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이 1991년2월 이후 최고 상승폭(5.6%)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BMO 캐피털 마켓의 살 구아티에리는 "7월 휘발유 가격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주거비 등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정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노무라증권은 "주거비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특히 현실화될 수 있다"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0%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선택지 없다" 캐나다도 초강수
주요 선진국 중 캐나다가 최초로 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초강수를 뒀다는 점도 Fed의 고강도 긴축에 무게를 더한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날 1.0%포인트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도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 탓이다.
캐나다가 한번에 금리를 1.0%포인트 올린 것은 1998년 8월 아시아 외환 위기에 따른 대응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티프 매클렘 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수 있어 선제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통화정책 결정 배경을 밝혔다. 캐나다의 5월 CPI 상승률은 미국보다 낮은 7.7%다.
결국 물가안정의 숙제를 짊어진 Fed로선 정책 당국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매파적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추가 긴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0%포인트 금리 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파이퍼 샌들러 역시 "Fed가 이달 금리를 1.0%포인트 높이더라도 놀라지 마라"며 "최소 0.75%포인트 인상이고, 1.0%포인트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내다봤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안은 지난 밤 가짜 CPI 보고서가 나돌 정도로 시장을 잠식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를 두고 그만큼 시장의 불안이 크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최고투자전략가는 "Fed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데이터 뒤떨어져 있어"
다만 일각에서는 불과 한 달 전 가이던스를 파기하며 깜짝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던 Fed가 재차 급커브를 돌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오히려 이날 CPI는 Fed가 다시 한번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확실히 한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월 FOMC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를 돌파한 6월 CPI를 두고 "오늘의 수치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데이터가 뒤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약 30일간 지속된 휘발유 가격 하락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밀과 같은 다른 상품들의 가격도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가, 곡물 등 상품가격은 하향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갤런당 5달러대를 돌파했던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가격은 이날 4.64달러로 떨어져 6월 고점대비 4.7% 하락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6달러선까지 내려온 상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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