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다니던 회사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영업비밀과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부산지역 최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SNT모티브가 차량용 모터 개발과 관련해 경쟁업체인 A사에 대해 영업비밀 및 기술유출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13일 SNT모티브에 따르면 경쟁업체로 이직할 때 기술자료 등 영업비밀 자료들을 빼내간 임직원 3명을 비롯해 경쟁업체와 해당 기업 대표이사를 피고소인으로 한 고소장이 부산시경찰청에 제출됐다.
SNT모티브는 이들을 각각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소해 경찰 수사로 진위를 가릴 전망이다.
이 사건은 앞서 SNT모티브 모터개발팀 연구원들이 A사로 이직하며 영업비밀 자료들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A사가 또 SNT모티브의 협력업체들까지 찾아가 기술을 탈취했다는 공익신고자의 제보도 더해졌다.
제보자는 A사에 근무할 당시 SNT모티브에 차량용 모터 부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를 방문해 ‘공정 및 작업표준’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사 임원이 제보자와 함께 SNT모티브의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와 동석했을 때 생산라인에서 사용되는 부품조립 기구 60여개를 빌려줄 것과 생산라인 촬영 등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보자는 지시에 따라 해당 업체를 방문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전송했고, 관련 부품들을 수령해 A사로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협력업체들은 모두 SNT모티브에 모터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로 SNT모티브와 ‘기본거래협약서’가 체결돼있다.
‘기본거래협약서’의 ‘제16조 기밀보장’에 따르면 ‘기술자료, 공업소유권, 노하우, 그 외 관계되는 업무상, 기술상의 기밀사항을 제3자에게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SNT모티브는 A사로 이직한 연구원 1명이 SNT모티브 재직 당시 작성한 자료를 A사 연구원들에게 공유한 이메일 자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이메일에는 본인이 자료를 작성했으나 ‘파일을 백업해두지 말고 삭제해 줄 것’과 ‘메일도 확인 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경쟁 업종이 아닌 A사의 아들이 병역특례로 SNT모티브에 입사해 병역을 마치고 2015년 퇴사했다. 이후 2017년부터 SNT모티브 모터개발 등 자동차부품 관련 연구원들의 이직이 급증했다.
2017년 3명을 시작으로 2018년 6명, 2020년 이후 현재까지 12명 등 총 20여명의 모터개발팀 팀장 및 자동차부품 관련 연구원, 엔지니어들이 대거 A사로 이직했다.
A사는 전기차 모터 관련 사업을 위해 자회사인 B사를 설립해 이직자들을 그곳으로 이동시켰다.
A사는 자신들이 개발해 적용하는 기술은 SNT모티브 모터 기술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채용한 기술자들은 공모나 통상적인 인재 채용을 통해 입사했을 뿐 영업비밀이나 기술을 훔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SNT모티브 측은 헤어핀(각동선)과 WRSM(권선계자형)과 관련해 헤어핀 기술은 SNT모티브가 이미 2009년∼2010년 GM Volt(볼트) 전기차용으로 개발해 납품과 성능검증까지 완료된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또 WRSM 기술도 SNT모티브가 2013년 초에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당시 개발에 참여한 팀장과 직원 다수가 A사로 이직해 해당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SNT모티브 경영지원본부 관계자는 “친환경 자동차용 모터를 비롯한 차세대 부품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며 30여년전부터 수많은 직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영업비밀인 지식재산권을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취득하기 위해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등 비도덕적인 방법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SNT모티브 측은 “영업비밀과 지식재산권, 고객과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법적 검토를 마친 뒤 고소에 나섰다”고 알렸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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