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출고 차질
전시보다 예약 고객에 공급이 우선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서울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7)는 지난 주말 집 근처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들렀다. 그러나 A씨 눈에 들어온 것은 자동차 6대는 너끈히 들어갈 법한 전시장에 놓인 차량 두 대뿐이었다. A 씨는 "신형 그랜저를 사기 전에 살펴보고 싶었는데 전시장에 차가 없어 당황스러웠다"며 "명색이 대리점인데 차를 미리 볼 수도 없다니 좀 너무한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한 단면이다. 이제는 전시용으로 쓸 차량도 부족해진 것이다. 생산되는 차량은 곧바로 예약 고객에게 인계된다.
13일 현대차 판매 시승 네트워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전국 현대차 대리점·직영판매점 총 731곳에 배치된 전시 차량 대수는 1089대다. 대리점 한 곳당 전시 중인 차가 1.5대에 불과한 것이다. 매장에 따라 1~2대 혹은 아예 전시차 없는 매장도 많다는 뜻이다.
인기 모델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아반떼는 현재 471곳의 매장에 전시돼 있으나, 전기차 SUV '아이오닉 5'는 전국 현대차 지점 중 단 21곳에서만 전시돼 있다.
반도체 수급난은 한국 완성차 기업의 차량 판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총 34만534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4.5% 감소한 수치다. 쌍용차도 5.8% 감소한 8009대 판매에 그쳤고, 르노코리아는 15.2% 감소한 1만2011대, 한국GM은 0.7% 줄어든 2만6688대를 판매했다.
차량 출고 및 판매가 더뎌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처음부터 전시차를 예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를 신차를 기다리느니 전시 기한만 종료되면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을 선택하는 것이다. 통상 전시차는 한달가량 전시된 뒤 할인가에 팔린다. 과거에는 신차에 비해 인기가 없어 업체 직원이 사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자동차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선 "당장 차가 급해서 전시차를 알아보는 중이다", "요즘은 전시차도 상태가 좋더라", "완전히 신차 수준은 아니어도 할인율을 생각하면 만족한다" 등 전시차 구매로 눈길을 돌린 누리꾼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현대차 측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예약이 밀려 있어 전시 차량이 따로 (전시장에) 오지 않고 구매자들에게 갈 것"이라며 "요즘은 많은 정보를 접한 뒤 매장에 오는 고객이 많아 전시용 차량 필요성도 과거보다 다소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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