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경연 보고서…GDP 1.8배 통화 풀려
"금리인상만으론 부족…통화량조절 근본대책 마련"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화량 급증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만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과하게 늘어난 통화량이 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중에 돈이 풀린 탓이다.
이날 한경연이 펴낸 '최근 물가급등의 원인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량이 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코로나19 이전 10% 수준에서 이후 15~18%로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협의의 통화(M1)에 2년 미만 예·적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같은 자산을 더한 광의의 통화(M2)가 2019년 말 2914조원에서 지난 4월 말 기준 3676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2072조원의 약 1.8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제 원자재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30% 중반 수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42.9%로 확대됐다. 반면 영향력이 40%를 웃돌았던 '공급 및 수요' 요인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영향력이 줄고 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전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저물가 기조가 10년 가까이 이어졌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고, 특히 시중 통화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물가 결정 요인의 파급 경로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통화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지만 효과는 장기간 동안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 원자재가격 같은 비용 인상 요인은 물가를 단기에 밀어올리는 대신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유지된다. 즉, 통화량이 넘쳐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은 단기에 잡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통화 충격의 효과가 공급망 충격에 따른 비용 인상 요인 효과보다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라며 "이는 지금의 공급망 차질 현상이 해소돼도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준금리만 올려서는 물가를 잡기 어려우며 통화량 조절을 통한 근본적인 물가 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한경연의 지적이다. 지금 물가 상승은 통화 정책과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고차방정식'이고 기준금리 인상과 한시적 세금 인하 같은 일시적인 면제 조치만으로 풀 수 없는 숙제라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이나 지금 시행 중인 한시적인 세금 인하 및 면제조치들은 물가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며 "향후 기준금리 중심의 단기금리 조정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통화량 관리 방식으로 통화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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