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드라이스트립 장비 세계 1위 기업 피에스케이
SEMI ‘미국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국내 유일 ‘리더’ 선정
美 램리서치 독점하던 베벨 에치 국내 첫 국산화
총 825억원 투자해 판교 R&D 센터 짓기도…2024년 완공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베벨 에치(Bevel Etch)는 반도체 웨이퍼(기판) 둥근 가장자리 부분을 화학 약품 등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하는 장비다. 웨이퍼 가장자리는 물리적·화학적 제어가 어려워 반도체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장비가 반도체 수율 개선에 도움을 준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 기업 피에스케이 는 최근 미국의 세계적인 장비기업 램리서치가 독점하던 이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피에스케이 이경일 대표는 지난 6일 경기도 화성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과거 베벨 에치는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장비가 아니었지만 반도체 고집적화로 칩당 단가가 높아지면서 수율과 함께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장비"라며 "올해 SK하이닉스 양산 부문 초도 매출이 발생했고,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에 해당 장비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스트립 장비 분야 세계 ‘리더’ 평가
피에스케이는 드라이스트립(감광액 제거기) 장비 세계 1위(점유율 42%) 업체다. 웨이퍼 위에 원하는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 회로 패턴을 그려 넣는 노광공정 후 남은 포토레지스트(PR) 찌꺼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피에스케이는 플라스마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해 안정적으로 감광액을 제거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미국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 분석 자료에서 스트립 장비 분야 세계 ‘리더’로 꼽혔다. 각 장비 분야에서 ‘리더’로 선정된 한국기업은 피에스케이가 유일하다.
피에스케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마이크론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대만, 중국, 아일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 6개 국가에 약 30개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투자가 위축됐던 쿨다운 시기에도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수주를 받고 장비를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이 피에스케이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2~3년 주기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피에스케이의 강점인 플라스마 기술력을 바탕으로 드라이클리닝, NHM 스트립 장비 등 신규 장비를 잇따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2019년 154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0년 2657억원, 2021년 4458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피에스케이는 국내 장비 기업 중에는 드물게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과거 매출의 70~80%가 메모리 분야 장비였지만, 2년 전부터 시스템 반도체에 적용되는 드라이스트립 장비를 북미의 한 대형 반도체 회사에 공급하면서 이 분야의 매출 비중이 대폭 늘었다. 피에스케이는 이 회사의 유럽 투자에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어 향후 비메모리 분야 매출이 더욱 늘 것으로 봤다.
판교에 R&D센터 짓고 '에치 시장' 공략
피에스케이는 '에치(Etch) 시장'을 미래 신사업으로 보고 있다. 에치 공정은 표면에 달라붙은 감광막이 없는 하부막을 제거해 필요한 패턴만 남기는 과정이다. 피에스케이는 최근 국산화한 베벨 에치 장비를 시작으로 메인 공정에 들어가는 에치 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에치 장비는 반도체 장비 중 노광공정 다음으로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15층 규모의 통합 R&D캠퍼스를 짓고 있다. 모기업인 피에스케이홀딩스와 총 825억원을 투자해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이 대표는 "판교 R&D 센터를 기점으로 좋은 인력을 확보하고 기존의 플라스마 기술을 이용한 필름 제거 기술부터 필름 증착 공정 등에 활용되는 새로운 장비를 끊임없이 개발해나갈 계획"이라며 "신사업 진출을 통해 202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문 경영인인 이 대표는 미국의 세계적인 장비회사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에서 7년간 시니어 매니저로, 드라이스트립 전문기업 맷슨테크놀로지에서 12년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다 2016년 피에스케이에 합류했다.
회사는 최근 104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등 창업주가 강조한 주주 친화 경영에도 나섰다. 피에스케이는 1986년 박경수 회장이 설립한 금영무역이 전신이다. 박 회장은 피에스씨라는 일본 반도체 회사의 대리점을 운영하다 국산화의 꿈을 안고 1990년 일본의 플라즈마시스템, 니폰산소 등과 합작해 피에스케이테크를 설립했다. 박 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드라이스트립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고,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300㎜ 드라이스트립 장비를 양산 라인에 적용했다.
경기 화성=곽민재 기자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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