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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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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도축 생계가격 10년래 최고
해바라기유 등 기름값도 폭등
공공요금·인건비 인상 삼중고

벼랑 끝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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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서울 은평구에서 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이번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폐업할 생각을 하고 있다. 닭고기와 기름값이 유례없이 높은 가격으로 폭등한 데다 인건비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온 가족을 동원해 가게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4인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빠듯해서다. A씨는 "장사를 10년 넘게 해왔지만 이렇게 마진 안 남는 가격으로 치킨 팔아보긴 처음"이라며 "차라리 공장에 취직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 싶다"고 토로했다.


원부자재의 가격 상승이 잇따르면서 치킨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빅 3중 하나인 제너시스BBQ의 윤홍근 회장이 라디오에서 "치킨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면서 원가 부담을 토로했을 당시에만 해도 빈축을 샀지만 이제 그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윤 회장은 당시 재료비 외에도 인건비, 상가 임대료까지 대입해 원가를 산출하면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수준도 못 챙겨가는 신세로 전락했다고도 했다.

13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생계 1kg당 가격은 2790원(중 사이즈)에 거래되고 있다. 생계를 도축한 도계 시세는 1kg당 4692원(9-10호 기준)이다. 이는 10년 내 최고 수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들썩이자 사료값이 급등하면서 닭고기 값도 덩달아 비싸진 영향이다. 도축된 닭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1000원 정도의 마진이 붙어 5600원대에 납품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여기에 1000원 정도의 마진을 더 붙여 66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가맹점에 공급한다.


공급된 닭은 튀김반죽에 묻혀 기름에 튀겨지는데 이 기름값도 최근 만만치 않게 폭등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해바라기유 가격은 2020년 3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1톤당 640달러였던 해바라기유의 가격은 지난해 4월 1톤당 1525달러로 급등한 뒤 올해 5월엔 2376달러로 4배 가까이 치솟았다가 이달 들어 1611달러 선으로 조정됐다.


해바라기유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bhc치킨은 이달 7일부터 해바라기유의 가맹점 공급가를 15kg 1통당 기존 9만750원(부가세 포함)에서 약 40% 인상한 12만5750원으로 올렸다. 해바라기유 국제 시세가 안정돼 매입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가맹점 공급가를 다시 내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게 bhc치킨의 입장이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좋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양국 농부들이 주요 작물의 파종 시기를 놓치고 있어서다. 해바라기유는 전 세계 수출량의 75% 이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바라기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대체재인 팜유와 카놀라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카놀라유를 튀김유로 사용하는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가맹점 공급용 튀김유 1박스(16.kg) 가격을 14% 올려 5만9400원에 공급하고 있고, 올리브 오일을 쓰는 BBQ치킨도 올해 4월 기름값을 33% 올려 1통(1kg)에 16만원으로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결국 공급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공공요금과 인건비 인상까지 더해지며 가맹점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 현재 2만원 가량인 치킨 1마리의 소비자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주요 재료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본사들이 도저히 버틸만한 수준이 안될 정도로 가파르다"면서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 회사의 영업이익률을 낮추면서 본사가 부담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면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물가 인상 국면에선 서민 음식이라 불리는 치킨까지 가격이 모두 다 오른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미치게 된다"며 "결국은 소비가 위축될거고 그 결과는 모든 공급자들에게도 좋지 않게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그동안 영업이익률도 크게 증가하는 등 여력이 있다고 하니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를 위해 더 이상 소비자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선도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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