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마을 역사 서린 부지에 주민 동의 없는 신축" 허가 '취소' 요구
행정당국 "적법하게 결정된 것 법적인 문제 없어…양측 중재 나설 것"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과거 전남 완도군 주민들이 기부해 지어진 학교 부지에 외부인에 의해 초호화 타운하우스 건축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완도교육지원청과 완도군 등에 따르면 행정당국은 지난해 10월 25일 군외면 달도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초호화 타운하우스 신축 계획을 세운 A업체에 건축을 허가했다.
달도초 폐교부지는 지난 2002년 한 개인에게 매각된 후 지난해 외지 건설업체인 A업체에서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는 초호화 타운하우스 임대를 목적으로 대지면적 1만8㎡ 부지에 2451㎡ 규모의 건축물 4개동에 15세대를 분양 공급할 예정이다.
지역주민들은 행정당국이 주민들의 동의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신축 허가를 내주자 마을 주거환경을 파괴하고 마음공동체 삶을 위협할 것이라며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달도초등학교는 지난 1952년 4월 10일 개교해 1995년 폐교됐다.
개교 당시에는 완도는 다리가 이어지지 않아 섬이었는데 학생들은 나룻배를 타고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이에 주민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땅 일부를 기부하면서 학교가 만들어졌다.
공사 당시에는 주민들이 삽과 곡괭이 등을 들고 운동장 터파기 등도 직접 돕기도 했다.
이같은 역사가 서려있는 학교 부지가 외지인에게 팔려 초호화 빌라단지가 건립된다고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신축 허가 소식을 뒤늦게 들은 지역 주민들과 마을 출신 향우들은 “마을 정서와 전혀 상이한 호화 편션형 빌라단지를 아무런 협의 없이 완도군이 외지 건설업체에 신축 허가를 내줘 평온한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고 비난했다.
또 “체류형 관광시설로 지역 발전이 목적이 아닌 개발일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용해 온 소로가 부지 내에 포함돼 있지만 개발사 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막아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어촌 마을 폐교 부지에 호화 펜션형 빌라촌이 들어설 경우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으로 마을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 대규모 개발로 인해 달도 인근 수역의 해양환경 오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병삼 이장은 “달도초 폐교부지는 주민들이 과거 후대들의 교육을 위해 땅을 기부하고 주민들이 삽과 괭이로 터를 닦아 만든 터전”이라며 “마을 주민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달도초를 행정당국이 주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민간인에게 헐값으로 매각했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호화로운 빌라단지를 지어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입주자들이 완도에 정착할 생각도 없으면서 고급 호화 빌라인 타운하우스에 들어와 별장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두 명도 아닌 집단으로 외부인들이 들어오면 지역민들은 많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행정당국은 아무 협의도 없이 허가를 내줘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도교육청은 ‘매각 또는 대부’ 위주로 진행됐던 폐교 정책에서 탈피해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폐교를 지자체 및 마을공동체와 협력해 지역사회의 정서적 중심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달도초 폐교부지는 도교육청의 폐교사업이 추진되기 전인 지난 2002년 매각되면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달도초는 매각 당시 주민들에게 우선권을 줬으나 여건이 되지 않아 당시 한 개인에게 매각됐다. 이후 교육지원청도 모르게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며 “폐교 신축 문제에 대해 지역민들과 사전 협의가 이뤄졌다면 서로 갈등 없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달도초의 신축허가는 심의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또 건축 관련법에는 개발행위 허가를 할 때 주민설명회를 실시하라고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관계자들을 여러차례 만났다. 서로 간에 문제가 없도록 중재를 잘하고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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