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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전 떨어진 기업, 왜 다시 전화?" 구직자 개인정보 관리는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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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시 민감한 개인정보 요구하는 기업
개인정보 관리는 사실상 '깜깜이'

29일 서울 중구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에서 열린 '2022 관광기업 미니잡페어 in 서울'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면접을 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9일 서울 중구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에서 열린 '2022 관광기업 미니잡페어 in 서울'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면접을 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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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서희 인턴기자] 신입사원 이유미씨(28ㆍ가명)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8개월 전 지원했다가 면접 전형에서 떨어진 스타트업에서 뒤늦은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본인을 인사 담당자라고 밝힌 남성은 “지난번에 떨어뜨린 건 유감이지만, 유미 씨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있어 연락했다”면서 개인적으로 만나 면접을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미 다른 기업에 입사해 재직 중이던 이씨는 남성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취업준비생인 최지희씨(25ㆍ가명)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두 달 전 구직 사이트를 통해 이력서를 넣은 한 중소기업 인사팀 직원에게 합격 통보 대신 사적인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남성은 최씨에게 ‘인상이 좋아서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다. 계속 연락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놀란 최씨는 해당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최씨는 “(인사팀 직원이) 이력서에 포함된 사진과 연락처를 보고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면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채용 과정에서 제출하는 구직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채용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지원서에는 생년월일ㆍ연락처ㆍ학력ㆍ이력 등 구직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으나, 구직자 입장에선 기업이 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사실상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 차원의 개인정보 관리가 사실상 ‘깜깜이’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개인정보 유출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인력을 확보한 기업의 경우, 인력 채용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으며 채용 서류와 증빙 자료를 관리하는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정립돼 있는 편이다. 그러나 소규모 기업의 경우, 현업 부서에서 수시로 인력을 채용하거나, 지원자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내부 지침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구직자의 개인정보 관리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우려가 따른다.


29일 서울 중구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에서 열린 '2022 관광기업 미니잡페어 in 서울'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9일 서울 중구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에서 열린 '2022 관광기업 미니잡페어 in 서울'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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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본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1항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기업)가 개인정보를 본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남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기업은 최종 선발이 끝난 후 통상적으로 5일 이내, 원하는 경우엔 14~180일의 범위 내에 구직자가 제출한 채용 서류를 파기해야 한다. 만일 수시 인재 선발을 위해 기업이 탈락자의 개인정보를 보관ㆍ이용해야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당사자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행법이 마련돼 있음에도 기업이 지원자의 정보를 제때 파기하지 않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행위를 지원자가 막을 뾰족한 수는 없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ㆍ처리하고 있는지 구직자가 알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스타트업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 관리에 상대적으로 허술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선 HR(인사부서)이 따로 없기 때문에 서류를 관리할 인력 자체가 부족하고, 담당자들도 개인정보를 최장 몇 개월간 보관할 수 있는지 등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선 회사 차원의 내부 지침을 확실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인사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박준혁씨(37)는 “인력 채용 과정에서 수집하는 지원자의 개인정보는 현행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지만, 실무자가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면서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선 회사 차원에서 내부 방침과 체계를 확실히 마련하고, 담당자가 이를 숙지할 수 있도록 사내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인턴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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