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시작 1시간 전부터
각종 전략 세워
하지만 접속 대기자 12만명 화면 뜬 순간 '좌절'
오후 9시께 다시 약 52만명에 달해
“효자·효녀 지망생들 왜 이렇게 많냐” 등 반응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예매’하기 전까지는”
본지 기자와 부모님은 가수 임영웅씨(31) 콘서트 티켓팅을 끝내고 유명 프로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이같은 명언을 떠올렸다.
퇴근 후 모처럼 약속이 없던 지난 7일 오후 7시. 어머니는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라고 외치시며 기자에게 황급히 컴퓨터를 키라고 명하셨다. 씻을 겨를도 없이 컴퓨터 전원을 키고 포털 사이트에 ‘임영웅’을 검색했다.
한 온라인서점 사이트에서 그의 콘서트 예매를 독점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확인 결과 그의 서울 콘서트는 내달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좌석은 VIP, R, S, A석 순으로 등급이 나눠져 있었다.
재빠르게 기자와 부모님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서로 “금요일과 주말 중 어떤 날에 사람들이 예매를 덜 한 것인가”, “자리가 좋고 나쁨을 떠나 가격 차이에 따라 사람들이 어느 자리를 노릴 것인가” 등 의논을 했다. 기자는 몇 해 전 해외 가수 내한 공연 티켓팅에서 스탠딩 4번을 예매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20분간의 토론을 통해 2대의 컴퓨터를 동원해 각자 12일 VIP석, 14일 R석을 예매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8분 후 기자가 기사 쓸 일이 생겨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어머니는 예매 사이트에서 무통장 입금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급히 신용카드를 다시 준비했다. 이어 예매 시작 15분을 남기고 기사 작성을 완료했지만 예매 사이트 내 간편결제 등록이 가능한 것을 보고 카드를 부랴부랴 2개 ID에 모두 등록했다.

가수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지난 7일 오후 7시 59분 59초에 예매 버튼을 클릭했지만 약 7만명의 대기자가 있었으며 1시간 후에는 되려 약 52만명이 대기하고 있었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원본보기 아이콘드디어 대학교 수강신청 때 애용했던 서버시간 알림 ‘네이비즘’ 시간이 오후 7시 59분 59초가 된 순간 ‘예매하기’를 클릭했다. 하지만 20초간 응답이 없었다. 그 다음 마주한 화면은 대기 인원 7만2254명이며 예상 대기 시간 20시간 4분이라는 네모난 상자였다. 반대편 방에서 예매 대기했던 부모님과 절망 속에서 상봉했다. 어머니는 심지어 대기자 12만8510명이라고 떴다며 탄식했다.
실시간 반응은 가지각생이었다. ‘네이비즘’내 댓글에선 “성공ㅋㅋㅋ”이라며 기뻐한 사람과 “눌러도 반응 없다”, “효자·효녀 지망생들 왜 이렇게 많냐” 등 실패 후기도 남겨져 있었다.
저녁 식사를 거른 채 시작했던 임씨 콘서트 예매는 끝나지 않았다. 식사 중에도 노트북을 끄지 않았지만 잠시 한 눈 판 사이 화면 껐다 켜졌다. 그 바람에 대기자는 다시 51만7995명으로 늘었다. 다만 다른 pc에선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대기 인원이 줄기 시작했다. 부푼 꿈을 안고 예매 화면에 입장했지만 역시나 매진이었다. 짧은 순간 일요일 s석 2명이 빈 것을 확인하고 클릭했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1시간가량의 예매 전쟁에서 우린 패배했다.
TV조선 ‘미스터 트롯’ 출연진들의 팬이신 어머니와 큰 이모님을 위한 ‘효도’의 길은 그렇게 끝났다. 그래도 며칠 전 가수 영탁씨의 콘서트는 예매를 해드렸기에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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