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도중 산탄총에 맞아 심폐 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곧바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곧바로 복귀했으며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병원으로 향했다.
NHK방송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전 총리가 총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15분 만인 오전 11시 45분 경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하고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만행을 허용할 수 없다. 단호하게 비난한다"면서 "정부로서 각종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용태와 관련해서는 "현재 불분명하다.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예정됐던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소식을 전해듣고 이후 일정을 취소, 관저로 복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12시 경 예정돼 있던 유세를 10분 정도 진행했지만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마쓰노 장관은 "선거 유세 등으로 각지에 있던 각료들에게 즉시 도쿄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는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아베 전 총리도 선거 유세 중 총을 맞았다.
아베 전 총리가 총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부인 아키에 여사가 이날 오후 12시25분 경 자택을 나섰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당시 아베 전 총리의 자택은 경찰관 3~4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일본 정치권은 곧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이번 사태를 강력 규탄했다.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다카기 쓰요시 중의원 의원은 NHK에 "믿을 수 없는 폭거로 무기를 이용해 공격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면서 "자세한 용태는 알려지지 않아 무사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공명당, 입헌민주당 등 다른 정당도 이번 사건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행위"였다고 비난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당시 총성과 같은 소리가 두 차례 들렸으며 아베 전 총리가 가슴 부위에서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고 NHK는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뒤에서 산탄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소방 당국은 그가 심폐 정지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로 이송되던 초기에는 의식이 있었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기도 했으나 이후 의식을 잃고 심폐 정지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 한 명을 체포해 살인 미수 혐의로 조사 중이며 남성이 소지하고 있던 총도 압수했다.
아베 전 총리는 10일 참의원 선거 뒤 개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원 유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로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다. 자민당 내 대표적 강경파 인사로 재임 당시 줄기차게 평화헌법 개헌을 주장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을 포함한 개헌 세력이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 개헌안 발의안을 충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 후 자민당과 공명당의 여당 의석수는 최소 133석에서 최대 151석으로 예상된다. 과반 확보는 무난하며 개헌 발의안 확보 여부가 주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과 대만의 긴장 고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개헌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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