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펀드,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 벤처 설립…유럽에 원유 수출도 허용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2개 펀드가 베네수엘라 동부 해안 가스·석유 개발을 위한 합작벤처를 설립하면서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한 조치를 풀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이미 베네수엘라 원유의 일부 유럽 수출을 허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래머시 펀드 매니지먼트와 아모스 글로벌 에너지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투자를 위한 합작벤처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두 펀드는 합작벤처가 베네수엘라 인일렉트라 그룹의 자회사와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일렉트라 그룹은 2001년 베네수엘라 동부 파리아만에서 발견된 유전 개발 사업 지분을 갖고 있다.
외신은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펀드측은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머시의 맷 마로니 파트너는 "합작벤처가 미국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스 글로벌 에너지는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에서 임원을 지내며 남미 투자를 담당했던 알리 모시리가 2019년에 설립한 펀드다. 그래머시도 신흥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2018년 5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미국과 베ㅇ네수엘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당시 미국은 야권 후보들이 가택 연금 또는 수감되면서 대선이 불공정하게 치러졌고 따라서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할 수 없으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듬해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국교는 단절됐고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원유 수출 제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 뒤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카라카스를 방문해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와 만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베네수엘라 원유의 유럽 수출도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페인 정유회사 렙솔과 이탈리아 석유ㆍ가스 기업 에니가 이르면 이번달부터 베네수엘라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가 부채를 원유로 갚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원유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것은 2년 만이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에니, 렙솔,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작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미 정부는 셰브론과 관련해서는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재개를 허용했지만 미국으로의 원유 수출은 아직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데 베네수엘라 원유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또 중국으로 향하는 베네수엘라 원유가 (유럽으로)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관계자를 인용해 렙솔과 에니를 통해 공급되는 원유량이 많지 않아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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