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단돈 9유로(약 1만2000원). 한 달간 독일 전역을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 이용권 가격이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응해 지난달 도입된 이 이용권에 독일 전역이 열광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오는 8월까지 '9유로 티켓'을 도입하기로 했다. 9유로 티켓은 한 달 동안 9유로만 내면 지역 내 대중교통 대부분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정책이 시행되는 석 달 동안 9유로 티켓을 사면 도시 간 열차(IC열차)를 제외한 전철과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베를린이나 함부르크에서는 페리 탑승도 가능하다. 기존 독일 수도 베를린 중부지역에서 가장 저렴했던 월간 정액권이 63유로(약 8만5000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처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급등한 유류비 등으로 인한 독일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해 자동차 운행 인구를 줄이고 에너지 절약과 온실 가스 배출 감소를 이루겠다는 목적도 있다.
정부는 25억유로(약 3조4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티켓 도입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철도와 운수업체 등에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이미 월간 정액권을 구매한 시민에게 환불 및 차액 보전을 해 주기로 했다.
9유로 티켓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독일 교통기업연합(VDV)에 따르면 9유로 티켓의 첫 달 판매량은 2100만장으로 집계됐다. 기존 연간 이용권 구매자 1000만명을 더하면 총 3100만장 팔렸다. 독일 전체 인구 3명 중 1명은 이 티켓을 구매한 셈이다. 당초 목표였던 3000만장은 이미 넘어섰다. VDV는 사전 조사상 7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구매 의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올여름 독일 여행을 계획하는 해외 여행자들도 이 티켓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티켓 도입 이후 차량 정체도 감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통데이터전문업체 톰톰이 독일 뉴스통신사 DPA의 의뢰로 전국 26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 23개 도시에서 차량정체 수준이 9유로 티켓 도입 이전보다 낮아졌다. 또 조사 대상 도시 대부분에서 승용차를 이용한 통근자들의 출퇴근 시간이 줄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철의 경우 판매된 티켓에 비해 배차량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타야 할 기차를 놓친 이용객들의 불편이 나오는 한편 철도 노동자들은 이용객이 갑작스럽게 증가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정부 의도와 달리 만원 버스나 전철에 시달린 시민들이 석 달 뒤 자동차 이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또 9유로 티켓 행사가 끝난 뒤 대중교통 이용 요금이 일제히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미국도 대중교통 할인 정책 도입에 나섰다. 미국 최대 통근열차 사업자 중 하나인 메트라(Metra)는 지난달 1일 월 100달러(약 12만5000원)에 거리와 상관없이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월정액 이용권 '슈퍼 세이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 대도시권을 기반으로 하는 메트로노스철도(MNR)도 20% 할인 승차권 등 판촉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급감한 승객 수를 회복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고공행진하는 휘발유 가격에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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