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무역적자 103억달러 역대 최대
3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수출 둔화 우려감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장기화로 고환율 부담
이달 금통위 '빅스텝' 단행 여부 촉각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103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상황 속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까지 덮치면서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는 103억달러(약 13조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6월 무역수지는 24억7000만달러 적자로 4월부터 석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무역수지가 석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 "하반기 수출여건도 녹록지 않아"=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5.6% 증가한 3503억달러로 선방했지만, 수입이 26.2% 늘어난 3606억달러로 수출을 능가하면서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수출 둔화 우려감이 커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수출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원자재 가격상승, 공급망 불안, 환율 변동 등에 따른 수출기업 애로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수출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이 대부분 단시일 내 개선이 쉽지 않은 대외요인임을 감안할 때, 하반기 수출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추 부총리는 "수출 현장의 애로·건의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수출활력 제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수출애로 해소와 하반기 수출 활성화를 위해 당장 추진할 필요가 있는 지원 대책들을 검토 중"이라며 "수출이 계속해서 우리 경제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출경쟁력을 근본적·구조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 붙인 것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마저 꺾이면 경기 침체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단기간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1300원대를 넘나들며 요동치는 환율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적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번에 불과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대비 8.4원 내린 1290.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점차 상승폭을 키우면서 1300원대 육박하고 있다. 전날 장중 1303.7원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던 환율은 간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폭이 둔화, 물가 정점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고환율 상황이 당분간 지속,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 '빅스텝' 고심…가계부채 시한폭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들이 악화되면서 통화정책 운용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전례 없는 '빅스텝(한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여부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6%대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되면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통위가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면서 한미간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빅스텝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의 상황은 물가상승세 확대와 더불어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발발 가능성과 주요국 양적긴축 가속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위축 등의 불확실성이 더불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금리상승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올해 3월 말 기준 1752조7000억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이 변수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은 대출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빅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올랐을 때 우리 경기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폭을 감안하면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조만간 현실화 할 한미간 금리역전은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금리 역전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이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러, 우크라 '3분할' 요구하는 이유…꼬이는 트럼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