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6층 복도에서 고양이가 떨어져 반려인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아파트 16층 복도에서 고양이가 떨어졌다. 서서히 목숨을 잃어가는 모습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안타까워했다. 30여분이 지나도록 고양이 반려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다른 시민이 고양이를 천으로 덮어줬다.
그때 10살 초등학생이 군중 속에 서 있던 40대 여성 A씨를 가리켜 소리쳤다. "저 사람이 고양이를 죽였어요!" A씨는 "던진 게 아니야!"라며 학생에게 손찌검했다.
2020년 7월14일 저녁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검찰은 고양이를 난간 밖으로 던져 죽게 하고, 초등학생을 때린 혐의(동물보호법 위반·폭행) 등으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고양이는 사고 발생 약 5시간 전 A씨가 입양센터 데려온 길고양이였다.
반면 A씨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고양이가 집에서 1시간 만에 탈출해 복도에서 추격전을 벌였고, 난간에 올라선 고양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은 순간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첫 재판이 열린 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여러 목격자의 이야기를 법정에서 듣기 위해 4차례 공판을 더 진행했다.
지난달 29일 재판엔 건너편에서 A씨의 모습을 지켜봤다는 주민 B씨가 출석했다.
증인 : 맨날 며칠 잠을 못 잤어요.
판사 : 괴로우셔도, 한 번 이야기 해주셔야 합니다. 어떤 동작을 보셨나요?
증인 : (피고인이) 아래쪽을 살피고 팔이 나갔어요. (…) 고양이가 하늘에 붕 떠 있어도 주인을 보며 떨어졌어요.
B씨는 사고 직후 A씨가 바로 나타나지 않았고, 표정 변화도 없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고양이가 떨어진 버스정류장은 아파트에서 50m가량 떨어져 사람이 강하게 던지지 않고선 다다를 수 없는 위치였다고도 주장했다. 검사는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A씨 측 변호인은 검사와 목격자들이 당시 상황을 바로 목격한 게 아닌 만큼,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센터 실수로 당초 분양 예정이던 온순한 고양이가 다르게 분양됐고, 그런 길고양이 성격상 손에 쉽게 잡혀 던져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A씨가 바로 내려가지 못했지만 112와 119, 구청 순서로 신고 전화 중이었던 점을 함께 전했다. A씨가 손을 어떻게 뻗었는지 목격자들끼리 진술이 다소 엇갈리는 점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초등학생을 때린 게 잘못된 행동이긴 하지만, '꿀밤' 수준이었다고 항변했다. 검사의 주장대로 A씨가 손으로 초등학생의 왼쪽 귀를 강하게 때린 것은 아니란 취지다. 아울러 "피고인은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고 전과 없는 초범이다. 화가 난다고 고양이를 던져 죽게 할 사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아이에게 손을 댄 것 자체로 상처받았을 아이와 그 부모님께 정말 죄송하다"며 "고양이 지식이 없던 제가 경솔했다. 그렇게 도망갈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로 내려가지 못한 채 계속 (신고) 전화만 했다"며 "죽은 고양이한테 미안하다. (장례를 치른 뒤에도) 고양이 모습이 계속 생각난다. 그렇지만 저는 정말 던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변론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선고기일을 내달 26로 잡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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