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원전보다 높아
中에 밀려 신재생에너지 업계 사실상 전멸
대기업들 손 떼고 중소업체 중국산 수입·판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해온 웅진에너지가 내달 파산을 앞두고 있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 2019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LG전자는 이달 30일 구미공장의 태양광 모듈 사업을 종료한다. 연관 업종까지 대구경북 지역에 4조3412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기조 아래 원자력발전 산업 육성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탄을 금치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다. 한 때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역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새정부 들어 부활을 꿈꾸는 원전에 비해 뒷전으로 밀렸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체코와 폴란드, 네덜란드 등과 원자력 수출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자처할 정도로 새정부는 ‘원전 살리기’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2025년까지 1조원 이상 일감을 긴급 발주할 계획이며,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올해 6700억원, 2025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과감한 금융지원을 실시키로 했다. 에너지 자원 수급 위기 시대에 원전 산업을 키워 균형 잡힌 전원별 구성 비율(믹스)을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과도하게 ‘원전 쏠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확정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발전량은 185.2TWh로, 에너지 믹스(전원별 비율)은 30.2%에 육박한다. 발전량 146.4TWh, 비율 23.9%인 원전에 비해 발전 규모는 더 크다.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2021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TWh로 전체의 7.5%에 그치고 있다. 발전량만 따져보더라도 앞으로 9년 동안 4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원전 발전량은 지난해 158TWh로 목표치를 이미 넘어섰다.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제28차 세계가스총회(WGC) 개회식 축사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 등을 합리적으로 믹스 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사실상 전멸 상태라는 점이다. 한화케미칼(태양광), 두산에너빌리티(풍력)을 제외한 대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에서 대부분 손을 떼고 있으며, 중소업체들은 중국산 제품을 수입, 재가공 판매하는데 그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밸류 체인이 중국에 장악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의 63%, 잉곳 시장의 95%, 웨이퍼 시장의 97%, 태양전지(셀) 시장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또 글로벌 풍력 터빈 제조사 상위 10개사 중 6곳이 중국기업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세제지원을 늘리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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