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성장주에 밀려왔던 가치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온 가치주가 성장주를 앞설 것이란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팩트세트와 다우존스마켓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들어 러셀1000 가치주 지수가 올해 들어 12% 하락해 러셀1000 성장주 지수의 하락폭인 25%를 상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 시점에서 가치주 지수가 성장주 지수를 13%포인트 격차로 그대로 유지한다면 연간 기준으로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격차로 가치주가 성장주를 앞서는 기록이 된다고 WSJ는 전했다.
가치주는 기업의 실질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 성장주는 발전 가능성이 높고 이익이 많이 나서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말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증시 변화를 살펴보면 러셀1000 가치주 지수의 수익이 러셀1000 성장주 지수를 앞선 것은 2012년과 2016년 뿐이다. 대부분 성장주 지수가 가치주 지수를 웃돈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증시가 얼어붙고 성장주들이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금리가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수익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되던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엔비디아, 아마존 등은 올해 주가가 49%, 42%, 30%나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가치주가 향후 3~5년 간 성장주에 비해 높은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헤지펀드인 AQR의 클리프 애즈니스 창업자와 미 투자자문사 리서치어필리에이츠의 롭 아노트 창업자는 최근 가치주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애즈니스 창업자는 가치주가 아직 저렴한 상황이어서 향후 3~5년 중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1170억달러(약 15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는 AQR는 2019년 말부터 가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AQR의 총 수익률은 52.5%를 기록, S&P500의 총수익률(-12.8%)과 큰 차이를 보였다.
아노트 창업자는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시기의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향후 10년, 특히 3~5년은 엄청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치가 매우 저렴해보일 때 빠른 회복이 종종 파워풀하고 빠르다"면서 "우리는 이를 올해 분명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올해 가치주의 성장세가 에너지주 급등에 따라 이뤄졌다고 전했다. 엑손모빌은 올해 주가가 42% 올랐으며 셰브론도 23% 상승했다. 아노트 창업자는 현재 에너지주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를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치투자의 대표주자인 버크셔해서웨이도 에너지주의 비중을 크게 확대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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