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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서 지적…公敵된 은행의 항변 [은행 이자장사]

최종수정 2022.06.24 12:06 기사입력 2022.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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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이 '공적(公敵)'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치솟는 금리로 '이자 푸어(론 푸어, Loan Poor)'가 돼 가고 있는 상황인 반면, 은행들은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압박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등을 적극 검토하면서도 대중들 인식의 상당 부분은 '오해'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항변하고 있다.

◆대출이자는 토끼, 예금이자는 거북이? = 이자장사 비판의 핵심은 은행들이 금리인상기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를 활용해 '땅 짚고 헤엄치기'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수신금리는 천천히 낮게 오르는 반면, 대출금리는 빠르고 높게 상승하고 있는 배경에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 성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은행권에선 오해라고 항변한다. 통념과 달리 은행의 금리산정은 기준금리가 아닌 시장금리를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은 보통 국고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물을, 대출금리는 금융채 5년물 등 장기물이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차이가 있다"며 "금리 상승기엔 장기물 금리 오름폭이 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체감효과도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통상 예금은 1년 단위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인상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주담대(변동형)는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변화하는 만큼 소비자로선 체감효과가 클 수 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론 금리가 인상되면 수신금리부터 인상하고, 대출금리는 코픽스 발표 주기에 따라 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항변과 별개로 예대금리차는 확대 일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4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35%포인트로 지난 2018년 6월(2.35%포인트) 이후 3년 10개월 만의 최대폭을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려면 예금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이 있지만 인위적인 개입은 역효과만 부른단 지적도 나온다. 수신금리를 인상하면 당장 예·적금에 관심이 있는 금융소비자들에겐 긍정적이겠지만, 예·적금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되는 만큼 결국은 대출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돼서다.


대출금리 인하 또한 쉽진 않다. 금리인상기엔 취약차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은행으로서도 손실흡수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누적된 부실도 점증하고 있어 충당금도 더 쌓으라는 게 금융당국의 요구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무턱대고 내릴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적립한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지난해 말 기준 37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률(총 대손충당금 잔액 /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은 190%를 넘어선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에 따른 부실채권(NPL) 확대 가능성 등을 들어 추가 적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솟는 순이자마진(NIM)?..."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 = 올해 1분기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은 4조639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7% 가량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증시가 주춤하면서 증권사 실적은 부진했지만 기준금리가 올라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NIM이 늘어난 영향이다.


NIM은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로, 총 이자수익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제한 뒤 이자수익 자산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전술한 대로 예대금리차가 2.35%로 3년여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이 지나치게 많은 이자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권에선 이 역시 오해에 비롯된 바가 크단 입장이다. 은행 예금은 고정금리 상품이 많은 반면 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이 많아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최근 같은 금리 상승세에서는 자연스레 NIM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증가하면서 대출 금리가 상승한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 주요 은행보다 NIM도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NIM은 1.49~1.66% 수준이었다. 반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의 NIM은 1.6~2.1%로 추산됐다.


◆'깜깜이' 금리..."투명성 필요"= 금리 결정과정에 대한 불신도 은행들을 옥죄는 요소다. "은행들은 금리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 원장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에 각종 리스크, 원가, 마진을 담은 가산금리를 반영해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이 중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깜깜이 금리'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가산금리다.


가산금리는 ▲리스크프리미엄, 신용 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법적비용 등으로 구성된 '원가' ▲목표이익률을 반영한 '마진' ▲부수거래감면, 본부조정, 영업점장 전결 조정 등을 담은 '가감조정금리' 등으로 구성된다.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가산금리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월 말 기준 일반신용대출(신용등급 1~2등급 기준) 가산금리는 2.62~3.63%포인트, 가감조정금리는 0.37~1.83%포인트였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은행들이 '깜깜이'인 가산금리를 통해 손쉽게 이자수익을 내고 있다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도 하나의 상품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전자, 자동차 기업이 부품 하나하나에 붙은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은행들로서도 구체적인 금리 산정 방식은 영업비밀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금융당국의 통제도 강화됐고, 은행도 이에 잘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가산금리 조정에 나서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케이뱅크가 지난 21일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41%포인트 내렸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여당에서 추진 중인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도 이르면 오는 4분기 선보일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 신용점수를 20개 구간으로 나눠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를 은행별·월별로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자이익 비중 80% 넘어…"활로 모색중"= 은행들이 신사업 개척 대신 고전적인 이자이익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1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1조8000억원) 늘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발행된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은행그룹의 비이자이익 원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BNK·DGB·JB 등 7개 은행그룹의 비이자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전체 이익의 19.2%에 그쳤다. 이자이익이 80.8%에 달한 셈이다. 세계 100대 금융회사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40.8%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4.4%에 그친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근본적으로 은행의 공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규제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 아래에서는 사업에 별다른 변화를 줄 수 없다고 해명한다. 부수업무 확대를 막고 자회사 업종을 제한하는 엄격한 금산분리로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은행들은 이자뿐만 아니라 돈을 맡아주는 보관료까지 받을 정도로 여러 수익원이 있고, 투자은행(IB)도 국내보다 훨씬 활발해 이자이익에 편중되지 않는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도 해외 진출과 여러 기업과의 협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금산분리 등의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비이자이익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은 고객 저항과 시장 경쟁 등으로 성장 한계가 있다"라며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고 정책당국도 이를 유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제훈·이민우 기자 kalamal@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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