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시대②]
英 등 대규모 실험하는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 글로벌'
'美 미래학자' 알렉스 수정 김 방 프로그램 매니저 인터뷰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근무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유토피아적인 이상이 아니라 적용의 문제가 됐다."
영국 등의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 글로벌'의 알렉스 수정 김 방 글로벌 프로그램 개발 매니저는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주 4일 근무제를 놓고 이같이 말했다. 미국 미래학자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과학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탠퍼드대, 옥스포드대 등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으며 2013년 미 컨설팅회사 '스트래티지앤레스트' 창업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설파해왔다.
방 매니저는 2020년 책 '쇼터 :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를 내놓은 이후 "(코로나19를 겪은) 기업들이 주 4일 근무제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반사적인 회의론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경우 실험을 승인하는 것이 더 공식적이며 계획 체계나 실험이 복잡하다"면서 "주 4일 근무제에 관심있는 기업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인식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주 4일 근무시대'
◆ "주 4일제, 실존 문제 해결책…계획 세워 유연 대응해야"
방 매니저는 주 4일 근무제가 많은 기업에게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직원을 잔류하게끔 하는 것,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번아웃과 같은 매일 발생하는 실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이 각 산업이나 기업, 국가 별로 상황에 맞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같은 질문들을 내놓는다면서 "과로하는 문화, 번아웃과 워라밸과 관련한 문제는 이제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주 4일 근무제가 일반적으로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지적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현장 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차이가 아니라 예상 가능한 업무와 예상 불가능한 업무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한 해충 방제 회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업무 배치 소프트웨어의 개선으로 현장에서 해충 방제를 하는 직원들이 운전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함으로써 기존이 주 5일 동안 방문했던 곳보다 주 4일 근무 기간 중 더 많은 지역을 다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방 매니저는 "현 시점에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은 문화와 실행 계획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업 경영이나 고객과의 접점 등 구체적인 작동 방식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있어 '사전에 준비된 운영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작업 자체가 각종 문제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 4일 근무 계획을 세울 때 이러한 리듬이 시장이나 고객의 요구에 어떻게 맞춰질 수 있을지, 일을 직원들이 어떻게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해보는 것이 가치가 있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묻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 매니저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을 때 근무 일수를 줄이느라 단시간 내에 맡은 업무를 빨리 처리해야한다는 압박을 받아 오히려 직원들의 웰빙을 해친다는 지적에 대해 "직원들이 업무 일정을 스스로 짤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자신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근무 시간을 디자인하고 일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줘 압박을 줄여줘야한다"고 답했다. 또 주 4일 근무제가 팀워크를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점심을 함께 먹는 날을 지정하는 식으로 직원들 간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韓 기업들, 조용히 주 4일 근무제 도입"
한국계 미국 이민 2세인 방 매니저는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다. 책 '쇼터'를 쓰기 전 자료 수집을 위해 방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다른 국내 기업과는 달리 주 35시간제를 우선적으로 도입한 상태였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에는 근무 시간을 추가로 단축해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방 매니저는 김 의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책 '쇼터'의 첫 단락에 비중있게 담았으며 김 의장의 '디자인 씽킹'에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방 매니저는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주저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분명 장시간 근무하고 과로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긴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이 조용히 주당 근무시간 단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소프트웨어나 식당과 같은 기존에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문제가 있었던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국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대규모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한국에서 진행할 계획이 없냐고 묻자 방 매니저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더 유연한 근무와 짧은 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또 이러한 실험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 유세에서 주 4일 근무제가 논의됐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한국이 그런 실험을 할) 큰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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