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삼성전자 추락…개인투자자들 '망연자실'
동학개미운동 '존리' 불법 투자 의혹까지 겹치며 '주식 우울증 호소'
코스피 지수가 글로벌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장 초반 한때 2400선 아래로 내려간 17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의 장중 2400 붕괴는 2020년 11월 5일(2370.85)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10만 전자' 기대감을 낳았던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신저가 기록을 경신하며 결국 반토막났다. 삼성전자가 '5만 전자'로 추락하면서 개인투자자(개미)들은 망연자실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동학개미운동을 이끌며 '존봉준'(존리+전봉준)이라 불렸던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배우자 명의로 불법 투자를 했다는 의혹까지 겹치면서 주식 우울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17일 약 19개월만에 '5만 전자'로 미끄러졌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장중 9만6800만까지 오르며 '10만 전자'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국민주' 삼성전자의 6만원 선이 붕괴되면서 동학개미들의 곡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7만 전자' 시기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삼전으로 처음 주식을 접했다"며 "9만 전자를 지나온 뒤라 주변에서 나름 저렴할 때 구매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더 이상 떨어질리 없다 생각했고, 조금 오르기도 했어서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5만원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가운데 동학개미 선봉장이라 불리며 개인투자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존리 대표가 아내 명의를 이용해 불법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메리츠자산운용 상대로 수시 검사를 실시했으며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존리 대표는 2016년 지인이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A사에 아내 명의로 지분을 투자한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존리 대표가 배우자 명의를 빌려 A사 지분에 투자했는지, P2P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존리 대표와 메리츠자산운용의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그간 "시드머니는 커피 값 한 잔부터", "부동산 대신 월세살이를 하며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라"는 등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한 그였기에 충격은 더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식에 대한 실망감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식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우량주라 적금 대신 들었는데 -30% 찍으니 자책감이 든다", "흘러내리는 장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안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알지만 자꾸 보면서 스트레스 받는다" 등의 한탄을 토해내고 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균형감을 잃은 젊은층들이 나타났다며 하락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실 주식, 비트코인은 수익률이 높은 만큼 돈을 잃을 위험성이 크지만 이러한 고려 없이 이익에 대한 기대만 가지고 뛰어든 젊은층이 많다. 이들의 위험감수성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젊은층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고, 하락장을 맞다 보니 충격은 더 크고 이것이 우울감 호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존리 대표의 불법 투자 의혹과 관련, 취임사에서 밝힌 '불법 행위 엄단' 의지가 반영되는 사례냐는 질문에 "(의혹을) 점검했고, (직접) 한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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