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해범’ 김병찬, 1심서 징역 35년 선고

30대 여성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 檢, ‘무기징역’ 구형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스토킹 살해범’ 김병찬(35)이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서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 등)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징역형 35년형을 선고하고 1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1월까지 A씨의 집에 지속해서 무단 침입하고 감금·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살해 당시 A씨는 김씨를 스토킹 범죄로 4차례 신고해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었고, 김병찬은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잠정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 및 동종 전과가 없는 점, 우발적으로 살인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양형에서 고려해달라"고 선처를 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사람이 해선 안 되는 최대의 범죄를 저질렀다. 제가 한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크게 벌을 내리시더라도 다 감당할 것"이라며 "계속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족 측은 재판부에 ‘사형선고’를 호소했다. A씨의 아버지는 "(큰딸이) 칼에 찔리고도 경찰에서 받은 스마트워치로 구조 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쓸쓸히 죽어갔다"며 "살인마는 너무도 착한 딸의 귀하고 아까운 목숨을 잔인하게 빼앗고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해 우발범죄를 운운하며 형을 깎아내리고자 한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은 계획적이며 수법이 잔혹하고 범행 후 수사망을 피하고자 주도면밀하게 도주 방법을 연구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계획살인이 명백하다"며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부착명령 20년을 구형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