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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도 직접 찾아간 '슈퍼 을' ASML, 대체 어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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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첫 단계 '포토 공정' 핵심.. 'EUV' 독점 생산업체
1984년 필립스 옆 목재건물서 시작.. EUV 양산 뒤 3배 성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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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설비 기업 'ASML' 본사를 방문했다. 2020년 10월에 이어 1년 8개월 만에 다시 이 곳을 찾은 것이다. ASML을 드나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수장은 이 부회장뿐이 아니다.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선언한 미국 종합반도체회사 '인텔'의 펫 갤싱어 CEO도 올해 초 ASML에 직접 연락해 장비 수급 방안을 논의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 또한 일찍이 ASML과 끈끈한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ASML은 반도체 생산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밑그림' 그려주는 EUV로 '슈퍼 을(乙)' 지위 얻어

ASML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슈퍼 강자로 떠오른 이유는 EUV 덕분이다.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이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기업들은 미세 공정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 EUV는 반도체 생산 공정 중 '포토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특수한 감광액(빛이 닿으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액체)을 표면에 바른 웨이퍼에 극자외선(Extremely Ultra-violet) 빛을 쬐 미세한 패턴을 새기는 역할이다. 이 패턴은 추가 공정을 거쳐 반도체 집적회로가 된다. 즉 EUV는 반도체 밑그림을 그려주는 장비다.


특히 5~7나노미터(nm) 이하 크기의 회로를 새기려면 반드시 EUV를 사용해야 한다. 고성능 반도체 생산량이 EUV 보유 대수에 연동되는 구조인 것이다.


EUV의 작동 개념도. 극자외선 광원이 특수 렌즈에 여러 번 부딪혀 점점 선명해지며 웨이퍼 표면에 닿아 회로를 그리게 된다. / 사진=ASML 홈페이지 캡처

EUV의 작동 개념도. 극자외선 광원이 특수 렌즈에 여러 번 부딪혀 점점 선명해지며 웨이퍼 표면에 닿아 회로를 그리게 된다. / 사진=ASML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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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는 제조 난이도가 극히 높다. EUV 장비의 극자외선 빛은 파장이 짧아 공기 중에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장비 가동 중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nm 단위로 빛의 패턴을 그려야 하다 보니 관성을 무시하는 수준의 기계적 움직임도 구현해야 한다.

EUV는 대당 가격이 1억2000만~1억5000만달러(1545~1931억원) 수준으로 상당히 비싸다. 제조 난이도가 높고 한 해 공급할 수 있는 양도 한정적이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아무리 물건을 사겠다고 해도, ASML이 생산량을 신속하게 확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난해 ASML은 43대의 EUV를 생산했고 올해는 10대 늘어난 53대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TSMC·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의 누적 수요는 이를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 'EUV 확보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목재 건물서 시작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발돋움


ASML의 시작은 초라했다. 1984년 네덜란드 전자기업 '필립스'와 반도체 장비 기업 'ASMI'의 합작 회사로 설립됐다. 본사는 에인트호번 필립스 본사 빌딩 옆에 있는 낡은 목재 건물이었고 직원은 100명이 채 안 됐다.


ASML은 지난 1984년 네덜란드 전자기업 '필립스' 본사 인근에 있는 한 목재 건물에서 시작됐다. / 사진=ASML 홈페이지 캡처

ASML은 지난 1984년 네덜란드 전자기업 '필립스' 본사 인근에 있는 한 목재 건물에서 시작됐다. / 사진=ASML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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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이 현재의 위상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01년 '트윈스캔'이라는 기술을 개발하면서다. 트윈스캔은 한쪽에서 웨이퍼에 빛을 쬐이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웨이퍼의 위치를 조정해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 덕분에 ASML은 노광(露光)장비의 생산성과 정확도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었고 이후에는 빛을 더욱 정밀하게 쏠 수 있는 신 장비 '이머전'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EUV 양산의 발판을 다졌다.


EUV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EUV는 초고가 장비라 고객이 한정적이며, 연구개발 리스크와 생산비용도 극히 높다. 유사한 장비를 만들던 일본 반도체 설비 기업 니콘·캐논도키 등은 이런 이유로 EUV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고 적극적으로 투자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ASML 경영진은 EUV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꾸준히 투자했다. 결국 ASML은 2010년 프로토타입 EUV 장비를 완성했고,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제품을 납품하며 독점 기업으로 올라섰다.


기업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3년 52억유로(약 7조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186억유로(약 25조6900억원)로 8년간 3배 이상 증가했고 전 세계 122개국에서 3만2000여명을 고용한 글로벌 대기업이 됐다.


한국에서도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ASML은 화성, 이천, 청주, 평택 등 4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ASML 한국 지사는 고객사 서포트 및 물류망 지원, 고객사 엔지니어들을 위한 트레이닝 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살벌한 기술 경쟁…삼성과 '기술 스파이' 마찰 빚기도


삼성 등 파운드리 기업들과 오랜 시간 협력해 온 ASML이지만, 이들의 관계가 항상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2019년 네덜란드 매체 'NOS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는 우리의 최대 고객사'가 과거 우리 기술을 빼돌린 중국 회사와 거래했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베닝크 CEO는 당시 구체적인 사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한국의 최대 고객사'는 삼성으로 추측된다.


베닝크 CEO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테크 기업 'XTAL(엑스탈)'은 ASML 중국 지사 직원들을 일부 고용해, EUV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빼돌렸다. 이후 삼성은 EUV 소프트웨어를 ASML에서 구매하는 대신, 엑스탈로부터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공급 받았다고 한다. 엑스탈이 ASML로부터 훔친 기술을 삼성이 싼 값에 구매했으니, 삼성에도 이 스파이 사건에 일부 "역할(role)"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피터 베닝크 ASML CEO. / 사진=연합뉴스

피터 베닝크 ASML CEO.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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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덜란드 매체들의 보도가 나온 뒤 삼성은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당시 삼성과 엑스탈의 거래에는 "제3자의 지적재산권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하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ASML의 소프트웨어가 불법적으로 삼성에 넘어갔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후 ASML은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의 반박 성명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논란은 진화됐다.


이 사건은 연간 수조원 규모의 거래를 하는 파트너사를 기술 스파이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할 만큼 반도체 업계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독점은 언제까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까


ASML은 EUV 시장의 85~9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라이벌 업체였던 니콘·캐논도키와는 기술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여기에 더해 ASML은 EUV 광원 부품을 독점 제조하던 미국 '사이머'사를 2013년 인수해 원천 기술 특허까지 장악했다.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한 것이다.


2020년 10월 ASML 본사를 방문한 이 부회장이 EUV 노광장비 실물을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0년 10월 ASML 본사를 방문한 이 부회장이 EUV 노광장비 실물을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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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SML이 지금과 같은 독점 기업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UV는 10nm대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이지만, 올해 삼성·TSMC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3nm 공정까지 도달하는 등 한자릿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인텔은 지난해 미래 로드맵을 공개한 자리에서 1nm보다 10배 더 작은 단위인 '옹스트롬' 공정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1nm보다도 작은 단위의 공정이 현실화되려면, 현재의 EUV보다 훨씬 미세한 작업이 가능한 또 다른 설비가 필요할 수 있다. ASML이 2001년부터 EUV 독점 체제를 굳히기 위해 쌓아 온 연구개발 노하우와 원천기술 특허가 자칫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셈이다.


다만 ASML도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차세대 EU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SML은 내년 '하이NA(High-NA)'라는 새로운 렌즈 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EUV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하이NA 렌즈는 기존 렌즈보다 EUV의 광원을 훨씬 선명하게 반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훨씬 정밀한 패턴 그리기 작업이 가능해진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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