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美 우방 중국 때리기 동참
젤렌스키 깜짝 화상연설
北 위협, 한미·한미일 대응
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맨 오른쪽)이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3년 만에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12일 오후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회의에선 전략경쟁이 첨예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국방 수장이 나란히 참석해 대만 문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놓고 충돌했다.
하이라이트는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이었다. 양국은 대만 문제를 놓고 사흘 내내 격돌했다. 회의 첫날인 10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첫 대면 회담을 했다. 1시간여 회담에서 오스틴 장관은 웨이 부장에게 중국이 대만에 대한 추가적인 안보 불안정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 부장은 "만약 누군가가 감히 대만을 분열(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반드시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 오스틴 장관은 본회의 연설에서도 "대만 인근에서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군사 활동이 점증했다"며 "중국의 행동은 인도·태평양의 안보·안정 그리고 번영을 해치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웨이 부장은 회의 마지막 날 연설에서 '일전'까지 언급하며 맞받아쳤다. 그는 "누군가 감히 대만을 분열(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일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중국 견제용 인도·태평양 전략을 놓고서도 충돌은 이어졌다. 오스틴 장관은 연설에서 "오늘날 인도·태평양은 미국 대전략의 중심에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고 언급했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인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별도 회의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를 겪고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북한과 함께 전 지구적 불안정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전중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오스틴 장관이 중국에 대해 인·태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거론한 뒤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중국 때리기'에 가세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두 번째 본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행사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투명성이 결여된 채로 군사력을 강화하는 시도도 보인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첫날 기조연설에서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를 늘리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국방장관은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중국군 전투기들이 인도·태평양 공역에서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캐나다 공군 초계기를 방해한 사실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주요 관심사였다. 오스틴 장관은 연설에서 "제국주의적 욕망이 평화로운 이웃들의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대국들이 결정할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오스틴 장관은 웨이 부장과 양자 회담에선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하지 말 것을 중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중·러 관계가 국방장관들 간 비공개회의에서 논의됐다면서, 러시아를 억제하도록 중국 측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웨이 부장은 연설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누가 이런 충돌을 부채질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을 에둘러 겨냥했다. 장전중 부참모장도 언론에 "중국을 겨냥한 사실무근의 비난이 많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의 둘째 날 '깜짝' 화상 연설을 했다. 9일까지도 공식 일정표에 나와 있지 않았던 일정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의 결과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가 흑해 및 아조프해의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고 있다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극심하고 심각한 식량 위기 및 기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 개입을 촉구했다. 또 "오늘날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 세계에 대한 예시"라며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설까지 나오는 가운데 한미·한미일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연쇄 회담을 하고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도발 시 신속한 확장억제 제공 등 공동 대응 방안이 주요하게 다뤄졌다고 한국 국방부가 전했다. 한미일 국방장관도 얼굴을 마주했다. 2019년 11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이후 2년 7개월 만이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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