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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김수영에 관한 26가지 키워드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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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2021년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한겨레에서 ‘거대한 100년, 김수영’이라는 타이틀로 기획·연재한 평론 26편을 묶었다. 24명의 시인과 문학평론가가 필자로 대거 참여했다. 가족, 일본·일본어, 한국전쟁, 전통, 돈, 비속어, 번역, 여혐, 니체, 온몸, 죽음, 사랑 등 26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김수영의 생애사와 작품론에 두루 접근한다.

[책 한 모금] 김수영에 관한 26가지 키워드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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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소리를 부르는 곧은 소리, 모든 규정성을 깨뜨리는 무지막지한 소리에는 죽음충동이 꿈틀댄다. 죽음은 모더니즘이 숭배하는 창조적 파괴의 원리다. 그런데 곧음[直]은 과거 선비 정신의 핵심에 해당했다. 대쪽에 비유되는 선비 정신에는 죽음충동이 이글거린다. 김수영의 시에서는 모더니즘과 선비 정신이 서로 식별되지 않는 영점에서 만난다. _33쪽

김수영은 일본적인 것과 냉전적인 것을 함께 극복해야 했다. 지리멸렬의 시대에 유대인 카프카가 써야 했던 독일어처럼, 김수영에게 일본어는 소수자 언어가 아닐까. ‘친일문학=일본어 사용/민족문학=한국어 사용’이라는 낡은 이항대립은 그의 글쓰기 앞에서 박살 난다. 양극단 사이에서 아픈 몸으로 걸으며, 이국어를 통해 세계 지성을 습득하고, 결국 그는 모국어로 거대한 뿌리를, 아프지 않을 때까지, 온몸으로 썼다. _42쪽


놀랍게도 꽃은 김수영 시에서 언제나 죽음과 동반한다. 김수영은 꽃의 과거와 미래를 시간의 관점에서, 변화의 관점에서 본다. 생물학적 정의에 따른다면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꽃은 새로운 생명이 준비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꽃이 혁명의 비유가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전쟁에서 경험한 무수한 죽음과 그 죽음을 바쳐서라도 추구할 자유가 꽃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 광경은 김수영 시학이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_49쪽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고봉준 외 23명 지음 | 295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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