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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비 전성시대]①칸에서 만난 이정하 본부장 "韓영화는 우상향 우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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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영화제서 만난 이정하 본부장
3년만에 다시 북적인 필름마켓
콘텐츠판다 '마녀2'·'밀수'·'강남좀비'外 선보여
"공동투자·제작 글로벌 미팅 늘어"
"한국영화 두루두루 주목, 북미·유럽도 관심"
"극장 넘어 多플랫폼 확장·가격↑"

칸 영화제 필름마켓. '마녀2' 포스터가 콘텐츠판다 부스에 걸려있다/칸(프랑스)=이이슬 기자

칸 영화제 필름마켓. '마녀2' 포스터가 콘텐츠판다 부스에 걸려있다/칸(프랑스)=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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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얼마 만에 마주하는 풍경인가. 칸 영화제 필름마켓인 '마르셰 뒤 필름'(Marche du Film)이 돌아왔다. 마르셰 뒤 필름은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지만 사실상 견줄 수 없는 최고 권위를 지닌 칸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세계 최대 영화시장이다. 영화제 개막을 며칠 앞두고 먼저 장이 열리고, 첫 주말까지 열띤 거래가 이뤄진다. 팬데믹 여파로 마켓은 지난 2년 간 온라인 개최됐다. 지난해 7월 열린 74회 칸 영화제 취재 당시, 세일즈 부스는 썰렁했다. 마치 좀비떼가 습격한 듯 한적한 마켓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올해는 달랐다. 지난달 17일 개막한 75회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는 1만명 이상의 영화 전문가와 바이어들로 북적이며 팬데믹 이전의 분위기를 회복한 모습이었다. 센터에 들어서니 분주히 웅성거리는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마다 영화 꾸러미를 이고지고 모여 분주히 거래가 이뤄지는 곳. 한국의 다수 투자배급사는 목 좋은 명당에 터를 잡았다. 올해도 같은 곳에서 반갑게 자리를 지켰다.

콘텐츠판다의 이정하 본부장(Danny Lee)은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신뢰와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전문가다. 2019년 72회 칸 취재 당시, 한마디 나누기가 무섭게 그를 찾는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사실 기자들은 필름마켓에서는 불청객일 수도 있다. K무비를 향한 해외 시장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기에 수첩을 들고 들르는 단골 취재 장소지만, 때로는 본의 아니게 방해꾼 신세가 되기도 한다. 5분 10분 찰나에 어마어마한 금액의 거래가 오가는 소리 없는 전장. 최전방 시장에서 우리 영화가 어떻게 팔리는지 궁금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는 분위기 속 마켓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어떨까. 올해는 반드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칸 취재에 나서기 전, 미디어그룹 NEW를 통해 이 본부장과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23일 75회 칸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마르셰 뒤 필름 빌리지 콘텐츠판다 부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팬데믹 이후 K콘텐츠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올해 정점을 찍었다"고 바라봤다.


이정하 본부장과 만남은 매우 유의미한 취재로 남았다. 폐막식에서 감독상을 품은 박찬욱 감독과 국내 최초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를 취재한 것도 의미 깊었지만, 최전선에서 K무비, K콘텐츠의 달라진 위상과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 본부장은 "2016년 영화 '부산행'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고 '곡성'·'아가씨' 큰 작품들이 칸에서 상영되면서 한국영화 분위기가 상승세를 탔다. 그때부터 코리아 필름 브랜드를 향한 신뢰가 쌓여갔다"고 말했다.


콘텐츠판다는 칸 필름마켓에서 장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부산행'에 이어 2017년 '악녀'까지 미드나잇 부문에 단골 초청되면서 장르 영화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렸다. 심지어 마켓 부스 벽면에 장식된 포스터만 보고도 구매 의사를 비치는 바이어가 있을 정도. 올해는 '마녀2'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올해 마켓에서 때깔 좋은 액션물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주요 나라에 모두 판매됐다. 이 본부장은 "한국영화가 장르물을 잘 만들고, 미드나잇 하면 K무비라는 공식도 성립돼 있기에 어떤 콘텐츠든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분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이정하 본부장/사진=콘텐츠판다(NEW)

이정하 본부장/사진=콘텐츠판다(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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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2년 여름. 여전히 극장에 빗장을 풀지 못한 나라도 있다. 올해 필름마켓에서 만난 관계자 다수는 콘텐츠 거래 금액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실제 받아보는 금액은 더 상승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정하 본부장과 전세계 시장에서 K무비의 달라진 위상과 성과, 극장·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시장 전망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하 이정하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아시아경제) 올해 시장에서 체감하는 K무비, K콘텐츠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신뢰가 높아졌다, 확실히 그렇게 느끼시는지요.


(이정하 본부장) K콘텐츠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2016년 '부산행'을 시작으로 이듬해 '악녀', 그 후 '기생충'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타면서 정점을 찍었죠. 이어 오스카상도 받았고요. '미나리'는 한국영화는 아니지만, 미국 주류 시장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라는 점이 눈에 띄죠. 조금씩 K콘텐츠가 보편화되어가는 느낌이 오고요.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이후 '오징어게임' 열풍이 불면서 노래만 들어도 전세계에서 다 알 정도가 됐잖아요. 이정재 배우가 올해 칸에 오셨는데 사람들이 신기해 하는 거 같고. 이제 모든 한국영화가 두루두루 주목 받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2년 동안 팬데믹 여파로 콘텐츠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잖아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무게중심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넘어갔죠. 엔데믹 과연 관객들이 다시 극장에 올까, 돌아온다면 그건 일시적일까 아니면 극장이 정말 살아날 것인가 가장 궁금한데요.


"확실히 OTT로 넘어간 중심축이 칸 영화제를 기점으로 시네마(영화)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팬데믹 이전에는 극장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큰 형님 같은 존재였다면, 뉴미디어는 비비기조차 어려운 사이즈였달까요. 당시에 다수 배급사가 변화에 수긍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극장만 보고 갈 수 없는 입장이었고, 제작사·배급사가 어느 정도 타협해서 OTT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OTT로 넘어가게 됐고요."


=올해 칸영화제도 이 부분을 궁금해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포스터를 보면 굉장히 유명한 영화 '트루먼 쇼'의 엔딩을 오마주 했지만, 엔데믹 시네마는 어떤 모습일지 묻고 있는듯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문을 열고 나간 짐 캐리가 어떻게 살았을지, 어떤 풍경을 마주했을지 모르잖아요. 엔데믹 영화는 어떨까, 우리가 축제를 통해 들여다보면서 기대해보자는 그런 느낌이었죠. 어떻게 보면 이전에는 판매 형식이 '보부상'이었다면 이제 '이커머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잖아요.


"이제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대거든요. 콘텐츠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린 거 같아요. 팬데믹 이후 콘텐츠 소비 방식에 있어서 OTT 쪽에서 이득을 크게 봤고, 제작사도 같이 이득을 봤겠죠. 저희도 콘텐츠 아이템 주인으로서 작품을 제작하고 판권을 가지고. 예전에는 그냥 쉽게 나눴다면 이제 내가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되겠다고 느끼는 시대로 바뀐 거죠. 파워게임에서 축이 다시 주인한테 오지 않을까. 극장이 됐든 OTT가 됐든, 어디로 가야 더 큰 수익이 날까 저울질하면서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판단되고. 그런 차원에서 더 큰 기회가 열렸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칸(프랑스)=이이슬기자

칸(프랑스)=이이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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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살아나야 영화계가 산다는 말도 있죠. 국내에서는 '범죄도시2'가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까요. 관객들이 이후 다시 OTT라든지 다른 시청 형태를 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은 약간 하이브리드 개념이랄까요. 저희도 어떤 지역은 극장용으로 개봉을 아직 못하고 있을 만큼 극장이 아직 건강하지 않은 나라도 있어요. 그런 나라는 OTT나 다른 쪽으로 세일즈를 통해 금액을 커버하기도 하죠. 적절히 타협할 수밖에 없는 세일즈 구조가 된 거죠. '극장용 영화'라는 개념을 넘어 다른 플랫폼을 바라볼 수도 있는 시장이 된 거죠."


=말씀하셨듯이 2016년부터 K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그 무렵부터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는 약간 붙박이처럼 한국영화가 초청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17년 전 58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에 초청된 '달콤한 인생'(2005)의 김지운 감독 등이 초청되면서 꾸준히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겠지만요.


"칸 영화제는 이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K무비가 한 편씩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투자 대비 효율성은 전세계 톱이라고 자부합니다. 할리우드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고요. '부산행'도 해외 관계자들은 순제작비를 들으면 깜짝 놀라거든요. 우리나라가 콘텐츠를 잘 만들고 많이 만드는 거 같아요. 어차피 이제 파워게임에서 OTT 분야의 몸값이 올라왔으니 우리 드라마·영화가 조금 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보고요.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K콘텐츠의 미래는 계속 밝다고 보시는지요.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을 취재하면서 일시적 영광에 지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스카상을 탔잖아요. 올해 또 좋은 결과가 기대되는데,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기세가 꺾이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정점에 올랐으니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결국은 '우상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일시적으로 다운되더라도 다시 올라가는. 장기적인 그래프로 보면 한국영화는 쭉 우상향 할 것이라 봅니다."


=한국영화는 '우량주'다?


"그렇죠. 이번에 세일즈 미팅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미팅을 많이 했어요. 공동제작이라든가 한국영화 투자에 관련된 글로벌 프로젝트 미팅을 많이 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미팅이 올해 유독 두드러졌다고 보시는지요.


"확실히 관심도가 높아졌어요. 해외에서도 한국영화의 톤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가 느껴졌죠. K콘텐츠, K무비에 대해 잘 모르니까 공동 프로듀서, 부분 투자 등 어떤 방식으로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면서 파악하는 거죠. 관련 추가 미팅도 진행하면서요."


=그러한 글로벌 제작 형태가 일시적 열풍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을까요. 유럽은 이미 다국적 프로덕션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시아는 문화적 차이 등을 이유로 어려운 게 사실이었잖아요.


"다양한 형태의 기회들이 점점 늘어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봅니다. 이제 단순히 세일즈, 배급 참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넘어 영화 초창기, 제작 단계에서 지분을 넣어서 주인이 되어볼까? 하는 개념으로 K무비에 접근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분명 다양한 형태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이정하 본부장/사진=콘텐츠판다(NEW)

이정하 본부장/사진=콘텐츠판다(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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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 마켓에서는 '마녀2'를 비롯해서 어떤 작품을 선보이셨나요.


"'마녀2'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고,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 주지훈 주연 '젠틀맨'(감독 김경원), 이정현 주연 '리미트'(감독 이승준), 지일주·지연 주연의 '강남 좀비'(감독 이수성)와 장항준 감독님 신작을 비롯해 '옥수역 귀신'(감독 정용기) 등을 선보였어요. 저도 좀 놀랐는데, '부산행'을 배급한 회사라서 그런지 호러블한 고스트 영화를 가지고 와도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시는 거 같습니다. 좋은 금액으로 사전 판매도 좀 많이 될 거 같고요. 개봉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세일즈 성과에 관해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거 같네요."


='오징어게임' 이후 '비딩'(bidding)이 붙는다고 하나요, 그런 과정에서 체감하는 바가 있으신지요.


"확실히 느낌이 있죠. 비딩이 훨씬 잘 붙었어요. '마녀2' 같은 경우 마켓에서 바이어 상영을 두 번 했는데요. 사겠다는 쪽과 크게 비딩이 붙었고, 공식 마켓 상영 이후 더 값이 올라갈 거 같다는 불안감 같은 것도 느껴졌어요. 결국 주요 나라에 다 팔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저희도 분위기가 확실히 올라온다고 느꼈죠."


=확실히 판매 금액도 커졌나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이기는 해요. 또 팬데믹 전후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장르 영화는 조금 더 값을 받는 거 같아요. 아시아 시장에서는 확실히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고요. 사실 한국영화는 제2세계 영화랄까요. 유럽 영화를 저희가 안 보듯이 유럽에서도 똑같거든요. 그런데 올해 문의가 들어왔고, 금액도 올라가는 추세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죠. 북미, 유럽 등 서구권에서 크게 관심이 있다는 걸 올해 실감했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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