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감독원장으로 검찰 출신이 임명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시세 조정이나 금융범죄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검찰과 유기적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금감원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제재 일변의 금융 감독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취임한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 시험에 동시 합력한 검찰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기소 했고,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을 수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최근 수년간 라임을 비롯한 사모펀드 사태와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 금융범죄 등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법률적 해석이 필요한 사례가 잦아진데다, 이를 둘러싼 소송전이 잇따랐던 만큼 검찰 출신 금감원 수장이 감독 업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 출신 원장은 처음이지만, 금감원 감독에서 불법을 발견하면 곧바로 검찰 기소로 이어질 수 있어 업무 처리가 신속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격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 이후 처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등과 관련 "사모펀드 관련된 것들은 개별 단위 펀드 사건별로 모두 종결되고 이미 넘어간 걸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지난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1조원 넘게 모은 뒤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
특히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2019년 4월 사이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지만, 운용사의 불완전 판매 와 부실 운용 등 문제로 환매가 중단돼 개인·법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봐 경찰이 지난해 7월 수사에 착수했다. 디스커버리펀드 자산운용 대표인 장하원씨는 장하성 중국대사의 친동생으로 장 대사 역시 60억원가량을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은 금감원 차원에서 이 펀드들 사태에 대한 검사 및 제재를 마쳤지만, 추가적인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이는 이전 정부에 발생한 사모펀드 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 원장 취임 이후 검찰 수사나 기소처럼 제재 일색의 금융감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금융산업 특성상 규제 자체가 아예 사라질 수는 없는 만큼 그걸 어떻게 합리화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할지, 금감원이 금융감독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피감기관과의 관계를 조금 더 소비자들이 불편이 없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1972년생으로, 최연소 금감원 수장이 됐다. 현재 금감원 부원장보들은 물론 국장급도 모두 1960년대 출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주요 보직을 꿰차면서 ‘검찰 편파 인사’라는 논란 속에서 금감원 고유 업무인 시장 감독이나 금융소비자 보호, 여기에 내부 잡음까지 불거질 경우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을 통해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자가 금융범죄 수사의 전문가라 하지만, 금융정책이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이라며 "금융정책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큰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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