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의 자치통신]자기만의 브랜드 사업 만들어라...주민 접촉 강화 재선·3선 최선의 비결...직원들 신나게 일 할 있는 분위기 조성 위해 소통 늘려라 등 3가지 주문과 함께 출마 때 가졌던 초심 결코 잊지 말기 당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뜨겁게 달구었던 민선 8기 선거가 끝나 영광의 주역들이 탄생했다. 서울시는 ‘최초 4선’ 오세훈 시장과 함께 25명의 구청장들이 당선돼 7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제20대 대통령 취임 22일만에 치러진 가운데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을 탄생시켰다.
먼저 치열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오세훈 시장과 25명의 구청장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4년간 지방정부를 이끌며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소방수다. 기초자치단체는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이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생활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주민 건강 문제부터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돌봄 체계, 도로 파손, 화재 발생 등 주민들 생활과 밀접한 하나하나를 챙겨야 한다.
8기 서울시 구청장들은 전직 국회의원부터 서울시 고위직 관료, 변호사, 인터넷 언론사 대표, 전직 수사관, 어린이집 원장 출신 등 다양하다. 다음달부터 펼쳐질 서울시 자치구 행정 양태도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히 이번 처음 당선된 서울시 구청장 당선자들이 4년 후 ‘성공한 구청장’으로 평가받기 바람에서 몇 마디 주문을 하려고 한다.
◇자기만의 브랜드 사업 만들어라
재선·삼선 구청장은 4년 내지 8년을 역임해 나름 확고한 철학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 굳이 주문할 필요는 없을 것같아 이번 처음 구청장 당선자들에게 하고 싶은 제언을 몇 가지 하고 싶다.
먼저 바로 자기 나름의 ‘브랜드 사업’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선 5기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건립’, 김성환 노원구청장의 ‘자살 예방사업’ 등은 전국적인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유 전 구청장 도서관 건립 사업은 일본 방송이 인터뷰가 올 정도 히트친 사업이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100 가족 보듬기 사업’ 도 매우 좋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청장의 ‘취학전 아동 1000권 책 읽기 사업’도 학원 등 취약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아이키우기 좋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이번 어려운 선거에도 젊은 엄마들이 류 구청장을 지켜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25개 구청에서 이런 독특한 브랜드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예산 등 한계로 구청장이 큰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은데다 서울시내 자치구별 지역 특색을 찾아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선자들이 임기 동안 주민들을 행복하게 할 대표 사업을 발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 접촉 강화가 최대 성공 비결
둘째, 구청장은 주민과 접촉하는 최전선이라는 점을 십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역대 많은 구청장은 “직원들 내부 결재하느랴, 민원을 갖고 온 주민들 만나느랴 화장실 가기도 쉽지 않다”며 ‘대표적인 3D 직업‘이라고 하소연한 경우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구청장은 365일 합법적인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은 정치인인 본인에게 엄청난 메리트다.
이런 주민 접촉으로 인해 이번 어려운 선거에도 불구하고 압승한 정원오 성동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류경기 중랑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유성훈 금천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 등 현직 구청장의 성공 사례를 보더라도 주민 접촉을 강화하는 것이 정치적 행보를 넓히는 길이라는 것을 깊게 인식했으면 한다.
거의 평생 새벽 6시부터 주민 접촉을 시작해 민선 2기와 5,6,7기 용산구청장을 역임한 ‘4선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대표적으로 주민 접촉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주민들 민원을 접하고 해결하는 등 스킨십에 성공한 구청장은 정치적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이 와도 돌파할 수 있다.
주민들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만 아니다. 그러나 이수희 강동구청장 당선자는 서울시, 국토부와 함께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재개를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1만 세대가 넘은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갈등이 지역 뿐 아니라 서울시 최대 현안이기 때문이다.
◇‘신 바람 나는 직장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소통 소홀하지 말아라
셋째는 구청장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직원들과 원할한 소통이다. 직원들을 믿고 이들이 신바람 나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뽑아주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무조건 나를 따라야 한다는 과거 권위주의식 리더십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공직 사회도 변했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1995년 이래 27년만에 치러진 민선 8기 서울시장과 구청장 선거에서 처음으로 '줄투표'가 아닌 '교차투료'가 이뤄졌다는 것은 서울시민의 정치 의식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구청 직원 3분의 1정도가 구민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구청 직원들 정치적 의식도 매우 높아졌다.
이번 서울 한 구청장 당선자는 후보 시절 기자에게 “단체장은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 할 수 있도록 (외부 부당한 간섭 등) 바람막이가 돼 주고, 모든 일에 책임을 져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감동이었다. 그러나 말로 하기 이렇게 쉬운 말을 실천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구청장이 되면 1500~2000(비정규직 포함) 여명에 이른 직원들 인사권과 해년마다 수백~수천억원에 이른 각종 사업 예산을 휘두를 수 있다.
서울 구청장을 ‘지역 대통령’이란 타이틀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막강한 권한에 취할 경우 직원들을 불신, 억압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갈등이 빚어지게 된다.
청렴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직원들은 모른 것 같지만 구청장이 청렴하지 않을 경우 곧 바로 알게 된다. 그리고 퇴임 후 주변에 흘린다.
이번에 새로 구청장에 당선된 구청장들에게 이런 구태(?)에 젖어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좋지 않은 경우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개발이나 주민 복지를 높이는 일은 결국 직원들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직원들은 구청장 앞에서는 말을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구청장 일거수 일투족을 평가하고 있다. 직원들 평가가 곧 바로 주민들에게 전달돼 구청장 본인만 모른 ‘지역 여론’이 된다.
구민과 시민이 맡겨 준 막강한 자리가 구청장 자리다. 출마 때 가졌던 초심을 잊지 않기를 거듭 당부드리며 글을 맺고자 한다.
임기를 마친 4년 후 부디 ‘성공한 구청장’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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