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수소 이어 그린수소 수전해 설비사업 속도
2025년 그린수소 연 450t 공급…'최대 사업자'
유정준 대표이사 부회장, 그린수소와 함께 블루수소·LNG 등
재생에너지 약점보완 현실적 '넷제로 경영' 병행
그룹 원자력사업과 시너지…에너지시장 존재감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2022 세계가스총회(WGC 2022)' 기조발표 세션에서 '넷제로 목표를 향한 아시아의 가스산업'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제공=SK E&S)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SK 그룹의 신·재생에너지 계열사인 SK E&S가 블루수소에 이어 그린수소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그린수소는 그룹의 '넷 제로 경영'은 물론 한국의 에너지 전환과도 궤를 같이 하는 아이템이다. SK그룹 자체적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SK그룹이 에너지 시장에 본격 발을 내딛는 모습이다.
1일 SK E&S에 따르면 전날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와 세운 합작법인인 SK 플러그 하이버스가 전날 한국가스공사와 1MW(메가와트)급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설비공급을 맺었다. 설비당 1MW급 이상인 PEM 수전해 설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간 중소기업이 KW급 설비를 생산하기는 했지만 MW급을 공급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사업은 제주도 행원 풍력발전 단지에서 만든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만들어 제주 역내 수소충전소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설비 효율성 및 안전성 검증은 주관사인 제주에너지공사와 가스공사 등이 맡는다. 회사 측은 "PEM 수전해 분야의 우수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해외 수주 실적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선제적으로 국내 안전기준 충족을 위해 핵심 장치에 대한 실증 특례를 확보한 것이 이번 선정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PEM 방식의 우수성은 재생에너지 특유의 간헐성(날씨 때문에 전력 불안정성 확대)을 줄여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알카라인 수전해 방식보다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고 부하 대응 능력은 우수해 전원 공급이 들쭉날쭉해도 설비 운영엔 문제가 없도록 설계돼 있다. 소형화가 가능하고 유지 보수 비용도 적게 든다. 이 기술 개발은 정부 국책사업이기도 하다. 플러그파워가 PEM 수전해 설비 시장 세계 1위 기업인 만큼 이번 계약이 설비의 국산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 플러그 하이버스는 2025년부터 매년 450t의 그린수소를 생산·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공급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 국내 및 아시아에 수전해 설비와 수소 연료전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수소 설비 생산·연구기지인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
SK그룹은 그린·블루수소와 원자력 시장까지 포트폴리오를 대폭 늘리면서 에너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한껏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 블루수소를 두고 '완전한 탄소중립은 아니다'라고 비판하지만 동티모르 바유운단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무리 없이 진행 중인 점은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특히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부회장이 블루수소, 친환경 LNG를 환경과 에너지 수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현실적 대안'으로 여기는 점이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E&S가 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이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을 결합한 탄소중립 LNG가 친환경 시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지난달 2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8회 세계가스총회 현장에 참석해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대안으로 넷제로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블루수소·CCUS·탄소배출권 등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수단도 있다"고 발언했다.
이번 협약에 대해 이지영 SK E&S 수소글로벌그룹 부사장 겸 SK 플러그 하이버스 대표는 "이번 제주도 실증사업은 수전해 설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해외 수전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SK E&S는 플러그와의 기술 협력을 지속 확대해 청정수소 기반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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