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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암홀딩스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지식재산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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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공장이 없어도 강한 기업의 비밀[고영희 교수 인터뷰]
엔지니어보다 변호사가 더 많은 음향기업 ‘돌비’
영화는 마케팅 수단…라이선스로 돈 버는 ‘디즈니’
4400억 가치 ‘구름빵’…창작자는 1850만원 수익 그쳐
“라이선스로 돈을 버는 기업 줄줄이 등장해야”
아시아경제-서울과학종합대학원 공동기획

고영희 교수가 30일 서울 대현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고영희 교수가 30일 서울 대현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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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디즈니를 단순히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이 캐릭터 라이선스로 돈을 벌기 위해 전 세계 극장에 영화를 내거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합니다. 영화는 캐릭터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어요."


30일 서울 대현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고영희 지식재산전략 전공 주임교수(사진)는 "최근 제조업은 에너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생산비용 부담이 늘었고 끊임없는 대외적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제 국내 기업들도 무형자산을 활용해 성장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교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디즈니와 포켓몬, 영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 얘기를 꺼냈다.


고 교수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으로 디즈니는 위니더푸(곰돌이푸)와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활용해 그동안 각각 803억 달러(한화 100조원)을 벌어들였다. 그가 왜 ‘영화는 캐릭터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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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포켓몬은 세계 누적 매출 1050억 달러(한화 130조원)를 기록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장 성공한 캐릭터다. 포켓몬의 다양한 캐릭터가 공장 하나 없이 현대차의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 것이다.


암홀딩스는 커다란 공장도, 제조 인력도 없다. 반도체 회로도를 개발한 후 제조업체에 사용권을 빌려주는 지식재산 비즈니스 방식을 도입해 성공했다. 삼성,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파트너사 1000여 곳을 상대로 라이선스와 로열티로 수익을 거둬들인다.

고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제조가 아닌 라이선스로 돈을 버는 걸 불로소득처럼 생각하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사업 전략과 수익화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국제특허(PCT) 출원 건수 세계 4위(2020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특허 강국이지만, 기술 보호·유지 목적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지식재산권(IP) 무역수지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암홀딩스 매출의 90%는 로열티(60%)와 라이선스(30%) 수익이었다. 미국의 그래픽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지난해 400억달러(약 49조원)를 주고 암홀딩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음향기술로 승부수를 띄운 돌비 역시 엔지니어보다 변호사 숫자가 더 많다. 지구 반대편 많은 기업들은 라이선스와 로열티로 기업의 금고와 국부(國富)를 불리고 있었다.


고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실제로 이러한 지식재산을 기반 라이선스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치열했던 지식재산권 경쟁은 최근 중국이 인공지능(AI) 분야 특허 전략을 강화하면서 핵심적 경쟁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카피켓으로 발전해온 중국도 뚜렷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디즈니·암홀딩스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지식재산이 경쟁력] 원본보기 아이콘

고 교수는 지식재산과 관련한 제도와 정책, 교육이 산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게 백희나 작가의 아동용 그림책 ‘구름빵’에 얽힌 저작권 분쟁 스토리다.


구름빵은 각종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2차 저작물로 만들어지면서 44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됐지만, 정작 원작자인 백 작가는 애초 계약한 금액 1850만원의 인세밖에 받지 못했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벌집 아이스크림 '소프트리'와 모방 업체 간의 소송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덮죽’ 표절과 상표권 논란 등.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 부재는 억울한 창작자를 만들어 창작의지를 꺾기도 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고 교수는 "지식재산은 바이오, 게임 등 특정 업종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고 모든 산업, 우리 생활과 연계돼있다"면서 "스타트업이나 소상인들이 더 이상 '카피캣'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지식재산 포트폴리오 구축과 비즈니스를 연계한 교육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윤동주 기자 doso7@

고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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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 지식재산권(IPR, intellectual property right)

지식재산권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을 통해 창출하거나 발견한 지식·정보·기술 등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지적창장물에 부여된 권리를 말한다. 지식재산권의 종류는 특허권과 상표권, 디자인권 등으로 구성된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뉜다.


◆고영희 교수는.

지식재산권과 법학, 경영학을 함께 전공한 국내에 몇 안 되는 IP 분야 전문가다. 카이스트(지식재산)와 미국 노스웨스턴대(법학 석사), 서울대대학원(국제경영전략 박사)에서 공부했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핀란드 알토대와 뉴욕주립대 MBA 과정에서 지식재산(IP) 전략 관련 전공수업을 맡고 있다. 2007년부터 이 학교에서 지식재산과 관련해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 글로벌 기업의 간부들과 실무담당자 1000여명을 가르쳐왔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과 한국창업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한다.

◆[지식재산이 경쟁력] 기획은
우리 경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트리플 악재'를 맞았다. 계속되는 저출생·고령화로 노동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자본 투입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후보자 시절인 이달 초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거의 5년에 1%씩 떨어지고 있어서 조금 가면 '제로(0) 퍼센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시아경제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무형자산, 특히 지식재산권 강화에 있다고 봤다. 때 마침 새 정부의 신임 특허청장에 한국의 세 번째 여성 변리사이자 30년 이상 지식재산권 분야에 종사한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장이 발탁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는 인간의 지적활동으로 얻어진 발명과 창조의 산물을 제대로 보호받고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구조가 필요하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봤다.
이 주제를 아시아경제와 공동기획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고영희 교수도 "그런 차원에서 이제 정부 기관인 특허청의 명칭도 통합적인 지식재산 정책을 위해 바뀌어야 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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