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일론 머스크, 당신 때문에 전세계 천문학자들의 일자리가 날아가게 생겼다." 지구 궤도 위성이 급증하면서 천문학자들의 천체 관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1일 열리는 유엔(UN) 회의에서 위성 수 급증에 따른 규제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국제천문연맹(IAU)는 천문학자ㆍ위성 운영자ㆍ정보 당국 등이 지구 근처의 천체나 위성을 관측할 때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이 발사한 위성들의 위치를 예측해 관측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웹사이트를 구축 중이다. 앞서 IAU는 지난해 '군집 위성의 방해로부터 어둡고 조용한 하늘을 보호하는 센터(Centre for the Protection of the Dark and Quiet Sky from Satellite Constellation InterferenceㆍCPDQSSCI)'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위성 공해' 문제 해결에 조직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천문학자들이 이처럼 보기 드문 단체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최근 급증한 위성으로 인한 천체 관측 방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레지나대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북위 50도ㆍ남위 50도 인근의 여름 밤, 즉 유럽ㆍ캐나다 천문학자들이 가장 관측을 많이 하는 시간대에 가장 많은 방해를 받고 있다. 만약 스페이스X가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승인 신청한 데로 6만50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이 발사될 경우 해당 지역의 하늘에는 여름 밤 내내 위성들이 반짝거려 천문학자들의 관측이 어려워진다.
특히 광범위한 천체를 관측하는 세계 각국의 주요 천문대들의 타격이 크다.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마 천문대의 경우 지름 1.2m의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는 데, 2021년 8월 기준 전체 촬영 이미지의 18%에서 위성 줄무늬가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매년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조사에서 전체 사진의 20~25%에서 위성 줄기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이 칠레에 구축 중인 지름 8.4m 크기의 베라 C. 루빈 천문대의 경우 특히 피해가 우려가 심각할 전망이다. 해당 천문대는 3일마다 한 번씩 전체 하늘을 촬영할 계획인데, 모든 사진에서 위성들의 줄무늬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성 숫자의 급증은 이같은 가시광선을 이용한 천문대 뿐만 아니라 전파 망원경 천문대의 관측에도 방해가 되고 있고, 우주쓰레기 증가라는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또 하늘의 천체를 보면서 길을 찾는 야생 둥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등 지구 상의 생명체들에게 악영항을 끼친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 원웹 등 위성 발사 업체들은 천문학자들의 요구에 따라 위성을 검게 칠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위성 공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의 최선형 모델에 레이저 통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같은 설계를 반영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위성인터넷 개발 업체인 원웹의 경우 스타링크(500km) 보다 훨씬 높은 1200km의 궤도를 이용하고 있어 덜한 편이다. 지난해 발표된 칠레 아타카마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기존 발사된 50개의 원웹 위성들을 상대로 밝기를 조사했더니 약 절반 가량만 기준치를 약간 초과하는 빛을 반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3200개의 위성을 쏘아 올릴 아마존의 카이퍼 서비스는 올해 발사될 시험용 위성에 빛 가림막을 설치해 성능을 시험해 본다는 방침이다.
네이처는 "IAU와 전세계 많은 천문 단체들이 미국 정부에 문제를 시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도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다음달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엔(UN) 외기권평화이용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다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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