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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 결말에 희망 남기고 떠난 배우 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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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
'와이키키 브라더스' 성우 등 연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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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듬는 영화다. 위로는 따듯하거나 부드럽지 않다. 저만치 떨어져 함께 울어줄 뿐이다. 그 사이의 공간에는 희망이 싹트곤 한다. 또 다른 전락이 수미상관으로 예고돼도 애써 희망적 의미를 찾게 한다.


판타지적 해석에는 주인공 성우의 표정이 한몫을 한다. 여수의 나이트클럽에서 처절한 삶이 반복되지만 옛사랑 인희(오지혜)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는다. 임순례 감독은 감정이 조금 더 절제돼 나타나길 바랐다. 그러나 다시 찍을 시간이 없어 희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두게 됐다.

팍팍한 현실에 갇힌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했던 배우 이얼(본명 이응덕)씨가 2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8세. 소속사 스타잇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마 ‘보이스’ 시즌4를 촬영한 직후 식도암으로 투병하다 이날 오전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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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1983년에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기를 시작했다. 유명세는 스크린에서 얻었다. ‘짧은 여행의 끝(1993)’을 시작으로 ‘비상구가 없다(1995)’, ‘축제(196)’ 등에 출연했다. 대표작으로는 단연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손꼽힌다. 소극적이면서도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미지가 삶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성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다.


고인도 생전 가장 마음에 드는 배역으로 자주 언급했다. 그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찍으면서 ‘이런 영화 열 편만 하면 배우로서 만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성우를 다시 맡게 된다면 더 밝게 그리고 싶은데 그때만큼 잘할 자신은 솔직히 없다"고 말했다.

고인은 인상 깊은 연기에 힘입어 ‘중독(2000)’, ‘H(2002)’,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사마리아(2004)’, ‘홀리데이’, ‘화려한 휴가(2007)’ 등에 연달아 출연했다. 연기 딜레마에 빠져 6년간 제주도에 터를 잡고 개인 사업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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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을 함께했던 창감독의 제안으로 연기를 재개했다. 드라마 ‘라이브(2018)’·‘스토브리그(2019)’·‘사이코지만 괜찮아(2020)’,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제8일의 밤(2021)’·‘경관의 피(2022)’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다양한 배역을 그려냈다.


빈소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8일이며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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