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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없는 사망사건, 죽음의 사연 밝히기 [유성호의 슬기로운 법의학 생활]

최종수정 2022.05.27 11:35 기사입력 2022.05.27 11:35

법의학자의 주요 업무는 대개 실제 존재하는 시체를 대상으로 부검 등을 실시해 사망 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규명하는 일이다. 그러나 범죄가 일어난 것이 분명함에도 시체가 없는 상황에서 법의학자는 예상되는 사망 원인을 추정해야 할 경우도 있다. 검찰의 기소는 살인죄인지 아니면 상해치사인지 등이 양형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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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나라 자료는 발표된 바 없지만 미국의 범죄 통계 자료(Vanezis P. Suspicious Death Scene Investigation)를 보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시체가 그 현장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74%, 현장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아니지만 시체가 발견되는 경우, 즉 유기된 시체가 발견되는 경우가 20%로 알려져 있고, 나머지 6%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혈흔 등을 보면 분명히 사망한 시체가 있어야 되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조그만 자료나 진술로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녀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어 남편과의 불화가 극심했다. 어느 추운 겨울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자신의 세 살 아들과 열 살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아이들과 함께 향한 곳은 사이비 종교 시설이었다. 집을 나온 5개월 후인 어느 여름날 신장이 채 1m가 되지 않는 세 살 아들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성 신도가 휘두르는 주걱으로 전신을 맞았다. 그녀의 아들이 평소 오줌을 제대로 못 가리고, 매일 칭얼거리는 것이 악귀가 들려서이며, 이를 내쫓기 위해서는 때려야 한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세 살 아이의 머리와 온몸을 수십 대 때리는 동안 친모인 그녀는 나무 주걱을 휘두르는 남성을 막지 않고 지켜 보고만 있었다. 아이는 전신을 오들오들 떨며 주저앉는 등 무력한 상태였으나 폭행은 계속됐다. 아이는 그렇게 2시간 동안 맞다가 갑자기 축 처지며 쓰러졌다. 입술에 피를 흘리고, 얼굴, 목, 허벅지 등에 멍이 든 상태였다. 보통의 어머니라면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녀는 단지 아들에게 물을 먹인 후 온몸을 주무르기만 했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몇 마디 말을 하자 미음을 끓여 먹이려 했다. 그러나 엄마 아파라고 말하던 아이는 미음을 갖다 대자 구토를 하며 축 늘어지다가 입술이 새파래졌다.


119에 전화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하지 않았고 아이는 그대로 사망했다. 아이를 직접 폭행한 남성 신도는 온몸에 멍이 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는 없다고 말하며, 천국을 가게 하기 위해 그냥 야산에 묻자고 했다. 그녀는 남성과 함께 차를 몰고 3시간 거리의 지방 야산까지 아이의 시체를 트렁크에 넣은 채 동행했다. 가축을 묻는 야산 구석에 아이의 시체를 묻고 땅을 평평하게 다졌다. 3일 후 그 야산에 멧돼지가 나타나 동네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성 신도는 다시 그녀에게 아이를 화장하자고 했다. 그들은 야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석유를 구입했고, 다시 땅을 파내 아이의 시체를 꺼내 그 자리에서 시신을 불태웠다. 아이의 작은 몸은 금세 재가 됐고, 수습된 유골은 주변 강물에 뿌렸다.


잔인한 범행이 일어난 한 달 후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녀에게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간단한 조사만 하고 안타깝다는 말을 한 채 떠나버렸다. 그들의 범행은 완전 범죄가 될 뻔했다. 그러나 2015년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대와 실종이 사회 문제가 되자 2016년 경찰이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검찰은 사이비 종교 시설에 거주하는 그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의 과학수사기법 등이 총동원돼 그녀와 사이비 종교 관계자에 대한 수사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다만 시체를 발견하지 못한 사망 사건에서 기소를 하기 위해 실제 어떤 사망 원인이었는지 알기 위해 서울대 법의학교실에 의뢰했다. 시체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통해 확인한 자백 일체를 살펴봤다. 아이의 상태는 온몸을 맞아 멍이 든 상태로 구토를 한 뒤 축 늘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이럴 경우 두 가지 사망 원인의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었다.

첫째, 외상성 쇼크 (traumatic shock)다. 전신에 멍이 들 정도의 구타가 있었다면, 가격에 의해 혈관과 조직이 파열돼 피부에서 보일 정도라는 의미를 가진다. 윤일병 사건으로 알려진 구타에 의한 사망 사건도 외상성 쇼크가 사망 원인이었는데, 하물며 세 살 어린아이라면 전신의 멍에 의해 혈액량이 감소할 것이고 그렇다면 외상에 의한 쇼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시간 동안 자신을 가장 잘 보호해 주고 사랑해 줄 친모 앞에서 나무 주걱 등으로 맞아 온몸에 멍이 들어 사망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비극이다. 어린아이에게 이런 무자비한 타격은 혈관 파열뿐만 아니라 조직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실제 외표면에서는 멍만 들었다고 해도 사실은 혈액의 상당량이 누출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


둘째로 추정할 수 있는 손상은 외상성 머리손상이다. 아이가 전신을 맞았다는 수사 기록에서 구토가 있었다는 점은 머리에 손상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이의 머리뼈는 성인과는 달라 타격에 의해 머리뼈의 골절이나 뇌출혈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뇌손상은 뇌부종이 생겨 뇌압이 상승하면서 구토 등의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인 아이가 가격 후 구토 등을 했다는 기록과 약 2시간 후 사망했다는 사실을 종합해 보면 외상성 머리손상의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추단할 수 있다. 어쩌면 아이는 앞서 추정한 외상성 쇼크와 외상성 머리손상이 모두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


재판 결과, 1심에서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남성에게 징역 13년이 선고됐고, 아이가 맞는 동안 이를 방관하고 사망한 후에는 시신을 야산에 파묻는 일을 돕기까지 한 그녀에게는 징역 10년, 시신 유기 과정에 가담한 다른 신도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후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아마 재판부도 연약한 어린아이의 고통과 잔혹한 가혹행위에 대해 몸서리치며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법의학에서 최종적으로 수사기관에 제시할 수 있는 최대의 목표는 사건의 재구성이다.


이러한 추론은 과학적 근거, 즉 시신에 남겨진 증거로 도달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시신이 없어 단지 추정만이 가능했다. 그러나 범죄행위에 있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백 또는 간접적 증거만으로도 사망 원인을 추론해야 할 경우가 법의학자에게 요구된다. 이럴 경우 부담되지만 남겨진 조그만 조각을 가지고 추론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상력이 요구될 때도 있으나, 상상력만으로는 신뢰성을 가질 수 없으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래저래 고단한 직업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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