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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미 원자력 협력, 시너지 있는 실천 전략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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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 = 아시아경제DB]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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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원자력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의 회담 중 원자력 관련 부분만 살펴보면 해외 원자력발전 시장 협력과 소형모듈원전(SMR) 및 선진원자로 기술개발 협력 등이 골자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과의 협력은 우리 원자력 기술과 산업의 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원전은 441기로 390GW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에 원전 규모가 812GW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동 원전의 교체 수요까지 합하면 적어도 600GW, 즉 1GW급 원전 600기의 수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원전 시장을 석권해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세계 시장에서 퇴출 당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에 아직 국제적 신뢰가 부족하다. 결국 실질적으로 원전 공급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한국 뿐이다.

현재 원전 시장은 동유럽이 가장 유망하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는 방안도 거의 확정됐다. 유럽이 프랑스 앞마당이라고 해도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치면 수주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크다.


문제는 시장이 안 보일 때는 협력해도 시장을 목전에 두고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고유 원전을 갖고 있다. 우리는 APR1400, 미국은 AP1000이다. 한국과 미국이 독자 수주를 하겠다고 상호 견제를 하면 프랑스가 어부지리로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미국이 경쟁을 하면서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미국은 자국이 원전을 수주하고 한국이 기기 공급망에 참여하는 형태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증명된 APR1400을 포기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SMR도 미국이 앞서고 있다. 제3세대 SMR인 뉴스케일 원전은 내년에 건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민간기업도 뉴스케일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기술에 투자하는 건 미국 정부가 원하는 형태의 협력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우리는 2030년대 세계 소형모듈원전 시장을 목표로 이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기술 격차가 있는 상태에서 대등한 협력은 쉽지 않다. 우리가 조속히 고유의 SMR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국 기술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한미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 언급된 선진원자로는 제4세대 원전이다. 빌 게이츠의 나트륨 원전, 선박용으로 유망한 용융염원전(MSR) 등이다. 제4세대 원전은 시장 진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장을 염두에 둔 협력은 어렵지만 개발을 위한 연구 협력은 비교적 쉽다.


제4세대 원전 역시 미국이 가장 앞선다. 우리가 한미 협력을 통해 실익을 취할 수 있는 분야다. 지난 10년간 한미 공동연구로 추진해온 사용후핵연료 건식처리 기술도 중요한 협력 과제다. 핵연료 농축 기술이 없는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잔여 핵연료를 제4세대 원전의 연료로 쓸 수도 있다.


정상 간 합의가 아무리 좋아도 세부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양국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가 있도록 지혜로운 협력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2050년을 전망할 때 다양한 원자로가 출현하고 원전 시장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에서 실리를 찾는 전략을 세우기 바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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