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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된 자원외교 상징 하베스트…헐값 매각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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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하베스트 매각 추진…2009년 약 5조원에 인수
MB정부서 '대형화' 방침 수립…자본잠식으로 이어져
하베스트 등 '부실 인수' 지적…유전 수익성 왜곡 의혹
文정부도 부실자산으로 규정…지난해 해외자산 처분 권고
제값 받지 못할 가능성 커…가격 아닌 '처분'에 매각 방점

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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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건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는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2018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석유공사 부채는 이미 수년 전 한계치를 넘어섰다. 회사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부채비율은 2017년 719%에서 2019년 3415%로 불과 2년새 5배 가까이 치솟았다. 공기업 평균 부채비율이 15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결국 석유공사는 2020년 창사 41년 만에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석유공사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로 치닫기 시작한 계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있다. 석유공사는 2008년부터 해외 유전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가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08년 4.2%에서 2030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에 석유공사는 ‘대형화’ 방침을 세우고 자원개발 전략 중심을 광구 탐사에서 생산광구 매입과 석유개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옮겼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대형화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점이다. 석유공사가 외연 확장에 치중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해외사업을 졸속으로 인수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외사업 실패를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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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트는 ‘부실 인수’ 논란의 핵심이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인수하며 유전 수익성을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가치를 과대평가해 평가시세보다 1조원 이상 비싸게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베스트 유전의 워터컷(원유 중 물의 비율)은 98%에 이른다. 하베스트 원유 98%는 물로 구성됐다는 얘기다. 업계는 워터컷이 90%를 넘은 유정 수명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본다.


하베스트 정유 부문 자회사인 날(NARL)도 문제가 됐다. 당초 NARL은 석유공사 인수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요구에 따라 수익을 내지 못하던 NARL을 함께 사들였다. 당시 석유공사가 NARL 인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만 약 1조3000억원이다. 석유공사는 NARL을 통해 한 차례도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2014년 인수액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64억원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석유공사는 NARL로 인한 손실이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지분 100%를 인수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의 유전. [사진 = 하베스트 홈페이지 캡쳐]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지분 100%를 인수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의 유전. [사진 = 하베스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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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하베스트를 부실자산으로 규정한 이유다. 지난해 해산한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석유공사에 하베스트 등 부실자산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정부 권고안에는 해외자산 매각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제3자 개입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베스트 매각 작업의 방점이 ‘가격’이 아닌 ‘처분’에 찍혀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한 후 매년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점도 '헐값 매각'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석유공사 측은 “부실자산은 정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급적 제값을 받는 방향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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