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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되어 떠나는 정은경 청장 … "K-방역,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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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4년10개월
"머리감는 시간도 아깝다" 코로나19 대응 헌신 인정
오미크론 확산 땐 文 정부 대신해 비판 받기도

2020년 1월(왼쪽)만 해도 검은색이었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머리카락이 같은 8월(가운데)과 이임식을 가진 17일에는 점점 더 하얗게 바뀌었다.

2020년 1월(왼쪽)만 해도 검은색이었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머리카락이 같은 8월(가운데)과 이임식을 가진 17일에는 점점 더 하얗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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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4년10개월간의 다사다난한 임기를 마치고 'K-방역수장' 자리에서 떠났다. 재임 기간의 절반인 2년4개월여를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싸워 온 그는 "공직자로서 자기 일을 잘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고, 덕분에 무거운 소임을 마칠 수 있었다"며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정 전 청장은 1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엔 충북 청주시 질병청으로 돌아가 이임식을 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퇴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임식에서 직원들은 정 전 청장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와 영상, 꽃다발 등을 전달했다. 정 전 청장은 이임사에서 "코로나19 유행 극복과 질병 관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서 제게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다"면서도 "유행이 진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는 "우리의 결정과 판단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쳐 질병청의 책임이 막중해졌고 국민의 시선과 기대가 부담스럽고 무거울 것"이라며 "책임감은 무겁게 가지되, 더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리라 믿고 응원하겠다"고 당부했다.


의사 출신인 정 전 청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 연구원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28년간 질병 관리 및 방역 현장에서 헌신해 왔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위기관리에 앞장섰지만 당시 사태 확산의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된 뒤 코로나19로 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서 초대 청장을 맡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을 펼쳤다. 국민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직접 설득하며 80%의 높은 백신 접종률을 이끌어낸 것도 정 전 청장의 성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성실한 대응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행 초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일화와 도넛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다반사였던 업무추진비 이용 내역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계속될수록 늘어가는 흰머리, 닳아버린 구두에도 정 전 청장의 차분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대응은 코로나 극복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됐다. 'K-방역'의 성과가 주목을 받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 상징적인 인물이 된 만큼 문 정부의 성과와 함께 비판도 그의 몫이 됐다.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방역정책을 완화한 결과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자 방역수장으로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적 방역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하자 정 전 청장은 떠나는 순간에도 "질병청은 과학적 전문성을 핵심으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국민의 신뢰와 보건의료분야 리더십은 우리의 전문성에서 나온다"며 직원 개인의 역량, 기관의 정책·연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영웅' 등의 평가를 받은 데 대해 "너무 과분하다"며 코로나19 극복에 온 마음을 모아주신 국민과 일선 방역담당 공무원,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당분간 쉬면서 고민하겠다"고 답했지만 질병청 안팎에서는 모교인 서울대 의과대학 등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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