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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청와대 상권 개발해야죠" 靑 개방…서·북촌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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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촌, 개방 특수 함박웃음…호프집 인산인해 "손님 몰려와"
주민들 "한옥 보존 등 규제 여전" 대규모 개발은 "글쎄"
전문가들 "보존과 개발의 균형 찾는 계획 고민해야"

서울 북촌 정독도서관 인근에 있는 '독립운동가의 길' 고도제한 등으로 인해, 대부분 낮은 층의 건물만 볼 수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북촌 정독도서관 인근에 있는 '독립운동가의 길' 고도제한 등으로 인해, 대부분 낮은 층의 건물만 볼 수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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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주은·김군찬·문화영 인턴기자] "각종 규제가 있지만, 상권 발전에 대한 기대도 됩니다."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된 첫 주말인 지난 14일, 청와대 인근 점포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과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가 맞물려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종로구 계동 북촌 한옥마을 한 골목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씨(65)는 "청와대 개방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올해로 30년째 북촌에서 유명 분식집을 운영하는 그는 "앞으로 사람들이 더 몰릴 것 같다"고 전했다.

서촌에 위치한 A호프집 사장 역시 "청와대 문이 열린 날 수 백 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1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씨는 "혼자 몰려드는 손님을 소화를 할 수 없을 정도다"며 "(장사하면서) 파스 붙이는 건 처음"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 일대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청와대 개방 소식에 관람을 왔다"면서 "그냥 산책하는 느낌으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편하게 즐기기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로 서촌과 북촌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다만 규제 완화에 따른 개발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서촌·북촌 일대 곳곳에 문화재와 한옥이 들어서 있어 규제의 벽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도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 보다는 청와대 개방에 따른 관광객 유입으로 상권 활성화에 더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오히려 기대감 못지 않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상권 발달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뜻한다.

◆ '도심 속 거리 박물관' 북촌·서촌

북촌 한옥마을 일대. 한옥보존 구역 등 규제로 인해 사실상 개발에 각종 제한이 있다. 이로 인해 좁은 골목 역시 차량이 지나가기에는 협소한 편이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북촌 한옥마을 일대. 한옥보존 구역 등 규제로 인해 사실상 개발에 각종 제한이 있다. 이로 인해 좁은 골목 역시 차량이 지나가기에는 협소한 편이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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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청와대 터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인 1104년 남경(서울)의 이궁(수도 밖 별궁)이 들어서면서 부터로 알려졌다. 1395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궁 남쪽에 경복궁을 창건하면서 궁궐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그러다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경복궁이 불탄 뒤로는 사실상 관리가 되지 않았다.


이후 1860년대 경복궁을 중건한 고종은 청와대 권역을 창덕궁 후원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곳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융문당과 융무당 같은 건물을 세우고, 과거와 무술 시험을 열었다. 이어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됐고, 이 전 대통령의 명명으로 '경무대'로 불려왔다. 이후 경무대라는 이름은 1960년 8월 윤보선 제4대 대통령이 입주하면서 청와대로 이름을 바꿨다. 청와대 건물 중 본관, 관저, 영빈관, 상춘재는 모두 1970년대 이후 지어졌다.


서·북촌의 골목길은 대체로 사진과 비슷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개발 제한으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고, 골목길은 좁은 모양새를 보인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북촌의 골목길은 대체로 사진과 비슷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개발 제한으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고, 골목길은 좁은 모양새를 보인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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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과 서촌은 청와대를 둘러싼 지역으로 공식 행정동 명칭은 아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한옥포털'에 따르면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조선시대 당시에는 양반층 주거지였다. 많은 사적들과 문화재, 민속자료가 있어 '도심 속 거리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으로 불린다.


북촌은 근대화에 따른 사회·경제상 변화로 대규모의 토지가 소규모의 택지로 분할되는 과정에서 중소 규모의 한옥들을 집단적으로 지어졌다. 현재 한옥들이 밀집되어있는 가회·삼청·계동 일대에 한옥이 밀집한 배경이다.


이 일대 한옥은 기존 전통 한옥에 도시적 특성이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대청에 유리문을 달고, 처마에 잇대어 함석 챙을 다는 식이다.



북촌의 좁은 골목길 주변으로 각종 상가들이 들어서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북촌의 좁은 골목길 주변으로 각종 상가들이 들어서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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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서쪽 지역을 일컫는 서촌은 우대(웃대, 上村), 장동(壯洞), 북리(北里) 등 여러 명칭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집권 세력의 거주지였던 북촌과 다르게 서촌은 의학·천문학·지리학 등을 전공한 조선의 전문직인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또한 아전과 서리, 서민들도 같이 어울려 살았던 동네로도 알려졌다. 북촌 면적에 비하면 3분의1 정도 규모다. 건축물 역시 한옥 외에 다양한 건축물이 혼재돼 있다.


서촌은 여러 예술가들이 살았던 동네로도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겸재 정선과 추사체의 대가 추사 김정희 등도 서촌에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 시인 윤동주 등도 이곳 주민이었다.


일례로 1818년 당시 이듬해 열리는 대과(문과시험)을 준비하던 추사가 대구 감영에 머물던 부인 예안 이씨에게 한글로 써 보낸 편지에는 '장동 상장"이라는 표현이 있다. 장동에서 편지를 올린다는 뜻인데, 장동은 현재의 효자동, 궁정동 일대의 당시 지명이다.


서촌 일대 역시 북촌과 마찬가지로 1900년대 후반부터 일종의 '생활형 개량 한옥'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현재에도 이 일대에는 66~99㎡짜리 소형 한옥 600여채로 구성된 한옥마을이 있다.




◆ 상권활성화 기대감에 부동산 가격 들썩…겹규제는 여전

사진 속 골목길은 성인 남성 두명이 함께 서있으면 비좁을 정도로 느껴진다. 서·북촌 당시 건축 양식을 느낄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의 목소리도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사진 속 골목길은 성인 남성 두명이 함께 서있으면 비좁을 정도로 느껴진다. 서·북촌 당시 건축 양식을 느낄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의 목소리도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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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역사적 배경 탓에 북촌과 서촌 일대에는 자연경관지구, 고도지구 등 각종 개발 규제 역시 많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자연경관지구내 건축물의 높이는 3층 이하, 12m 이하로 제한된다. 여기에 삼청·가회동 일대는 고도지구로 묶여 건축물 높이는 16m 를 넘지 못한다. 서촌 역시 북촌과 마찬가지로 건축규제가 만만찮다. 한옥마을 보호를 위한 '한옥보전구역', 경복궁 경관 보전을 위한 '문화재보호구역' 등이다. 건축물 높이 12~20m 제한도 받는다. 층수로 보면 3~5층 정도다.


상권 활성화 기대감으로 이 일대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북촌 일대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땅값이 일부 오르긴 했지만 건축 규제가 워낙 심해 섣불리 사려는 사람은 아직 없다"며 "가격에 비해 효율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촌 지역의 C공인 관계자 역시 "땅값 상승 기대감에 기존 땅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따금 나오는 매물도 가격을 크게 높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보존과 개발의 균형점 찾아야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일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일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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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완화 기대감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변 문화재, 경관 등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규제가 쉽게 풀리기는 좀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한옥보존구역 해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규제를 풀면 다양한 모습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겠지만 이는 자칫 이 지역의 콘텐츠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그는 과도한 개발 보다는 지역이 가진 전통을 이어나가는 선에서 소규모·보수 위주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효자동이나 일반 주택 지역은 어느 정도 규제 완화는 가능하지만 급격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난개발에 따른 주차난 등 도시계획 상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서촌과 북촌의 미래는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충하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렸다고 제언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규제를 완화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대신 보완적 측면에서 일부 규제를 풀어 지역의 문화 중심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청와대 개방과 연계해 곳곳에 관광 허브를 조성하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선택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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