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가상화폐 거물, '한국판 머스크'라 불렸지만…
루나, 10만원대→1원으로 99% 폭락
"암호화폐계의 엘리자베스 홈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가 폭락하며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준 가운데 두 코인의 발행업체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은 권 대표를 실리콘밸리 스타에서 사기범으로 전락한 엘리자베스 홈스 전 테라노스 CEO에 빗대며 비판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991년생인 권 대표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청년 창업가로, 올해에만 15억달러(약 1조93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의 외국어고교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를 거쳐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권 대표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루나와 테라 코인을 통해 거물로 성장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가상통화의 큰손을 뜻하는 '비트코인 고래'로 주목받았다. 그가 설립한 '루나파운데이션가드'가 테라 가치를 떠받치는 안전장치의 일환으로 15억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다.
권 대표는 한국과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오가며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외 언론과는 접촉을 피하면서 '루나틱'이라고 불리는 투자자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했다. '도권'(Do Kwo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현재 66만명이 넘는다. 트위터로 소통하는 모습이 세계 최대 부자 일론 머스크와 닮았다고 해서 '한국판 머스크'로 불렸다.
하지만 테라의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가치안정성이 무너지면서 루나·테라 폭락 사태를 맞았다. 스테이블 코인은 코인 가치를 달러 등 다른 자산에 연동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가상화폐이고, 루나는 UST 가격 안정화를 위해 만들어진 채굴 코인이다. 테라폼랩스는 기본 통화인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는 알고리즘을 채택해 코인을 발행했다. 또한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사실 사업 초기 테라폼랩스의 루나와 테라의 거래 알고리즘은 폰지 사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실물자산이 아닌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로 한다는 점 때문이다. 가상화폐 상승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스템 문제가 감지됐다.
테라폼랩스는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루나를 대량으로 발행했다. 루나로 테라를 사들여 유통량을 줄임으로써 테라 가격 방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통화량 증가의 덫에 빠지며 루나 가치는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테라·루나 투매에 나섰다. 루나는 이달 1일까지만 해도 국내외에서 1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6일께부터 떨어지더니 9~10일 99% 넘게 폭락했고, 이날 오후 1원을 기록했다.
권 대표는 코인 폭락을 해결하기 위해 15억 달러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라폼랩스가 암호화폐 업계의 여러 기업과 접촉했으나 자금 조달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의 데이비드 모리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권 대표는 암호화폐의 엘리자베스계 홈스"라며 테라, 루나 폭락 사태를 둘러싼 소송과 형사 고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권 대표가 루나의 근본 구조에 대한 비판에 '바퀴벌레', '바보'라고 대응한 적이 있다"며 "그는 함선에 구멍을 낸 뒤 침몰하는 배의 구멍에 쏟아부을 자본을 찾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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