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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패드' '키오스크'...매끈한 벽 앞에 접근권 배제된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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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기반 편의기기 급증에도...시각장애인 등 접근 취약 계층 어려움 여전
위치 조절 어려운 지체 장애인, 터치 스크린 익숙치 않은 노인 등 불편
일부 기업 '배리어프리' 개발했지만 "법률안 개정 필요"
전문가 "물리적·소프트웨어적 접근성 포함한 실질적 법안 필요"

시각장애인 조민호(52·가명)씨는 키오스크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곧 쓸데없는 시도였다는 것을 절감하고 점원을 부르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조민호(52·가명)씨는 키오스크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곧 쓸데없는 시도였다는 것을 절감하고 점원을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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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최근 아파트 및 주택 내·외부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 '월패드'와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결제 시스템이 늘어나면서 증가한 '키오스크' 등 터치스크린 기반 편의 기기를 두고 시각장애인 등은 이용이 불편해 접근권이 배제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월패드는 홈게이트웨이, 세대단말기, 단지네트워크장비 등으로 구성된 지능형 홈네트워크로, 모두 터치로 작동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지능형 홈네트워크는 내부 가전과 휴대용 정보통신 기기 간 연동을 통해 집 안팎에서 편리하게 집안 내부 가전을 조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오히려 장애인에겐 주거권 침해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자가 따로 없고 조작 자체가 터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터치 기반 기기 작동이 불편한 시각장애인 외에도 위치 조절이 어려운 지체 장애인, 터치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역시 홈네트워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접근 취약 계층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78조2837억 원으로 2019년 70조 9398억 원 대비 10.4% 증가했으며, 2023년엔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돼 꾸준히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홈게이트웨이, 세대단말기, 단지네트워크장비 등으로 구성된 지능형 홈네트워크 '월패드'는 조작 자체가 터치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인 등 접근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홈게이트웨이, 세대단말기, 단지네트워크장비 등으로 구성된 지능형 홈네트워크 '월패드'는 조작 자체가 터치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인 등 접근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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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해 3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능형 홈네트워크에 △점자·음성 기능 △화면낭독 프로그램 △높이 조절 기능 등을 추가하는 접근성 보장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토 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월패드 외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비대면 결제 시스템이 증가하면서 '키오스크'의 보급도 급증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발표한 '국내 키오스크 보급 현황(추정)'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18만9000대였던 키오스크는 2021년 기준 21만여 대까지 증가했다. 특히 요식업, 생활 편의시설 등 민간 분야는 2019년 8587대에서 2021년 2만6574대로 3배 이상 급증했다.

키오스크 보급이 증가하면서 터치 기반 전자기기 이용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지난해 10월14일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도 일반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키오스크 등을 이용할 수 있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할 주거공간, 도서관, 병원은 물론 식당, 카페 등에서의 주문 결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간에서조차 여전히 장애인들은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 주최로 열린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과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위반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및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 주최로 열린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과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위반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및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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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들은 점자나 높이 조절 기능, 수어 등을 제공해 시·청각장애인은 물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이용이 편리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장애인 포함 누구나 동등하게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는 일) 키오스크'를 개발하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국가기관이 키오스크를 구매할 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민간업체 등에는 적용되지 않다 보니 입법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주거약자용 주택을 규정하는 주거약자법 그리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 등에서 법률안에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다양한 필요가 있는 다양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과연 이 기계를 썼을 때 모두가 사용 가능한가를 연구 과정부터 연구 초기부터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열린 '지능형 홈네트워크 접근성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월패드에 대한 법률적·행정적 해결방안에 대한 공감의 목소리 나오기도 했다. 강태석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과장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연세가 많은 분들 등 조작이 어려운 사람이 많이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장애인등편의법에서 기준이 바뀐다면 건설기준 또한 함께 바뀔 수 있다. 여러 부처가 공동 고시를 함께 다루는 체계 안에서 관계 부처들과 지능형 홈네트워크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는 소프트웨어나 물리적인 접근성을 포함하는 실질적인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서준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연구원은 "현재 일부 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는 배리어프리도 한계가 있다. 법 테두리에 크게 들어와 있지를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며 "물리적인 접근성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보장에 관한 법률을 개선해서 해결해야 하고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나 웹 접근 가이드라인 등의 내용이 충분히 들어가는 실질적인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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