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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숟가락이 몇 짝인지도 아는" 제주 '괸당' 문화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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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제주 사회
"마을 내에 매놈(완전한 남)이 없다"는 말 있을 정도
타지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육지 것'으로 불러

우리들의 블루스 3화, 한수와 함께 목포로 여행 간 은희 /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우리들의 블루스 3화, 한수와 함께 목포로 여행 간 은희 /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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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은 인턴기자] "여기 서울 아니라 제주. 옆집에 빤쓰(팬티) 쪼가리가 몇 장인지, 숟가락 젓가락이 몇 짝인지도 아는" -우리들의 블루스 3화, 극 중 은희의 대사


최근 tvN 토·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생동감 넘치는 제주 사투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면에는 사투리가 나올때마다 이를 표준어로 보여주는 자막이 붙는다. 이렇다 보니 사투리의 어원이나 어떤 이유로 그런 사투리가 생겼는지, 시청자 입장에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괸당'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로, 사투리가 듣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괸당 문화는 제주도민들의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을 나누어 구분하기도 하는데, 친가를 '성펜괸당', 외가를 '웨펜괸당'이라 한다. 또 남자가 결혼하여 생긴 처가 쪽은 '처괸당'이라 하고 여자가 시집가서 생긴 시가 쪽은 '시괸당'이라고 한다.


좁은 지역적 특성으로 지연과 혈연에 중복이 생기면서 결국 알고 보면 모두가 친척이라고 생각하는 문화를 말한다. 이는 굳이 친척 관계가 되는지 따져서 확인해 보지 않아도, 고향 마을을 밝히고 계보를 따지다 보면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이라도 된다는 말이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춘희 삼춘과 해녀들 /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tvN 우리들의 블루스 춘희 삼춘과 해녀들 /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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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드라마에는 등장인물들이 동네 어른이나 손님들을 '삼춘(삼촌)'이라고 부르는 모습도 자주 나온다. 제주는 "마을 내에 매놈(완전한 남)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이 모두 친척 관계로 얽혀있다고 할 수 있는데, 동네 어른들을 '삼촌'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것도 그러한 괸당 문화로 인한 제주만의 독특한 관행이다.

괸당 문화에서 비롯된 공동체 의식은 일상에서도 강하게 작용하며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 모 씨(55)는 "제주에선 학연, 지연보다도 센 것이 괸당"이라며, 같은 제주 토박이에게 강한 유대감을 가지는 괸당 문화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문화다"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이 괸당이라는 문화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제주라는 섬에서 억척스럽게 일을 하며 하루를 버티는 이들의 일상은 갈등과 다툼의 연속이다. 그러다 언제 또 싸웠냐는 듯 다시 울고 웃고 서로를 끌어 안는다. 이런 배경에는 괸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피로감도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 5화에서 극 중 영주는 "나를 모르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촌 동네 도망치고 싶다. 하루종일 인사만 하다가 목 떨어지겠네. 지겨워"라고 내뱉는다. 또 시장 상인들은 지나가는 영주를 보며 '자이(쟤) 호식이 딸 아니냐'며 알아보고 너나 할 것 없이 친근하게 말을 건다. 이에 영혼 없는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를 반복하며 시장을 통과하는 영주의 모습과 나레이션에는 어딜 가도 나를 알아보는 동네에 대한 피곤함이 엿보인다.


순대 국밥 장사를 하는 정인권.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홈페이지 캡처

순대 국밥 장사를 하는 정인권.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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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괸당 문화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괸당 문화가 지역 정치에서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전통적 사회관계를 우선시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인 일종의 연고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에서 선거철만 되면 '정당보다 괸당'. '이 당 저 당보다 괸당이 최고'라는 말들이 회자되는 탓이기도 하다.


제주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부르는 '육지 것'이라는 말과 위 대사에서 드러나듯, 내부 사람들의 결속력이 강한 제주의 괸당 문화는 타지 사람들에 대한 배타심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전문가는 제주의 괸당 문화의 대해 지역 문화이면서도 일부는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단점도 있다고 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제주도에서는 괸당문화라고 표현이 되고 있지만, 그게 사실은 지역성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라며 "지역 사회가 기본적으로 서울처럼 익명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아니라, 지역문화는 기본적으로 동네사람들을 다 안다"고 말했다.


이어 "장점이라는 건 결국 지역민들이 갖고 있는 끈끈한 유대관계, 이런 것들이 어려운 이를 돕거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점은 도시의 익명성이 갖는 장점이 없다는 것. 그래서 모든 게 다 드러나고 사사건건 관여하는 부분들. 그래서 심지어는 사생활에 관련된 부분들까지도 다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지역성이 갖고 있는 양면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주은 인턴기자 jooeun1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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