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착취 범죄 온상 우려
법제도 정비 목소리 커져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가상 공간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에서 성폭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아바타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법률에 명시한 법안이 나왔다.
12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상인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작된 공간에서 성적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현행법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 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그림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를 상대로 한 성범죄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시장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의 이용자 중 7~18세가 전체의 70%에 달한다. 성별로 보면 77%가 여성이다. 로블록스에서도 7~18세는 63%, 여성은 5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시급한 이유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이미 메타버스 내에서는 현재 메타버스 주 이용층을 차지하는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이 다양한 성착취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제페토상에서 상대 여성 아바타의 옷을 속옷만 남긴 채로 벗게 한 후 더듬는 듯한 행위를 하거나, 남성 아바타가 게임 아이템 제공을 빌미로 미성년자의 신체 사진을 전송받아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사례 등이 보고되고 있다.
민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해외 입법례 및 판결례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메타버스 내에서 일어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다루고 있는 입법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메타버스의 익명성과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치안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메타버스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에 대응하기 위한 현재의 윤리·법제도적 대응은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메타버스상 윤리 행위 기준, 법제도 마련 등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메타버스에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 이를 토대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 대응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메타버스 산업의 파급력에 대한 대비와 함께 이면의 음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메타버스 범정부협의체를 통해 이용자보호 정책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법제도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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