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아버지가 죽었다. 몸 곳곳이 멍 자국이었다. 권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아들 A씨(21)가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아버지가 혼자 넘어지면서 '사고사'를 당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의 한 법정에서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 부장판사) 심리로 최근 A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사가 말했다. "피고인은 아버지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해 사망 이르게 했고, 범행 수법도 잔혹합니다. 범행을 부인해 죄질도 좋지 않습니다."
검사는 A씨가 아버지와 둘이서만 살아가는 데 불만을 품은 채 평소 학대를 이어갔고, 사건 당일 집중적으로 구타해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A씨가 술에 취해 인천 미추홀구의 집에 들어온 지난해 1월3일 저녁 9시28분부터 짧은 시간 B씨를 수십 회 '주먹과 발'로 때렸다는 것이다. A씨의 신고로 이튿날 오전 10시38분 119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B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몸 곳곳의 멍을 발견한 경찰이 부검을 의뢰한 결과, 갈비와 가슴 쪽 뼈가 부러지고 여러 장기가 파열된 상태였다.
A씨가 아버지와 단둘이 지낸 것은 2020년 9월부터다. 이혼 후 집을 떠난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B씨는 알코올의존증후군과 뇌병변에 따른 편마비가 있었다. A씨는 외출 시 방 문고리에 쇠젓가락을 끼워 B씨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부검의 및 부검 결과에 대한 법의학자 3명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손상은 타인의 폭행 및 가해행위로 발생한 것"이라며 "(당시) 주거지에 출입한 사람은 피고인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다른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함께 동거한 점 등을 참작했다.
A씨는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변호인은 "가슴과 배 등 중요한 손상들이 피고인의 행위로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B씨의 가슴에서 '정사각형' 손상이 발견됐고, 이는 스스로 넘어지는 과정에서 방에 있던 각진 선반 또는 진열대에 부딪쳐 생긴 것이란 취지다. 또한 '노란색 멍은 최소 18시간 이전에 발생한 것'이란 한 법의관의 소견을 토대로 "(일부 손상은) 사망 몇 시간 전 발생했다고 단정할 근거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사건 당일 B씨에게 담배와 과자를 사다 주고 재활 운동을 도운 점 역시 함께 전했다.
A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이렇게 최후진술을 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희 아빠께선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뚝뚝하고 자상한 분이셨고, 후에 장애를 얻으셨지만 저는 그런 아빠를 사랑했습니다. (중략) 저는 아직 아빠를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드리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 옆에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재판부는 오는 26일을 항소심 선고기일로 잡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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