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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붑과 짧은 저고리…세기를 뛰어 넘은 여성 패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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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행 이어 한국서도 '언더붑' 유행할까
제니·현아, 언더붑 패션으로 등장
가슴 밑라인 그대로 드러낸 탓 "과도한 노출" vs "패션 자유" 논란도
과거 조선시대서도 '짧은 저고리' 유행하며 논쟁…
'여성 패션'은 왜 갑론을박 대상이 될까

짧은 저고리 탓에 가슴이 노출된 모습. 신윤복 및 작자미상 <미인도>/ 사진=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캡처.

짧은 저고리 탓에 가슴이 노출된 모습. 신윤복 및 작자미상 <미인도>/ 사진=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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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밑가슴을 드러낸 '언더붑'(Underboob) 패션이 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 영향력이 큰 유명 연예인들의 과도한 신체 노출이 문제가 된 것인데, 비슷한 논쟁은 조선시대 후기에도 있었다. 당시 조선 여성들 사이에서는 치마는 풍성하게 저고리는 꽉 조이게 입는 '하후상박' 차림새가 유행했는데, 짧은 저고리로 가슴이 드러나면서 사대부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는 여성 패션이 논쟁거리가 되는 현상에 대해 여성을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서 바라보지 않는 가부장적 시각이 있다고 진단했다.


◆ 해외 이어 한국 연예인들에게 각광받는 '언더붑'…"과한 노출" vs "패션 지적은 간섭"

한국 여성들의 상의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허리선이나 배를 살짝 드러낸 크롭탑 패션이 한동안 유행하다가 이제는 아예 밑가슴 라인까지 드러내는 '언더붑'이 트렌드 중심에 섰다.


언더붑 패션은 2017년 해외 스타들이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이전에는 뮤직 비디오·잡지 등 찰영용으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일상복으로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국내에서는 K-POP 스타인 그룹 블랙핑크 제니, 가수 현아 등이 언더붑 패션으로 화제가 되면서 한국에서도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여성 가슴의 밑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옷의 형태가 상당히 선정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유명 연예인의 패션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강한 만큼 과한 노출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예인 선망이 강한 청소년들이 자칫 노출 패션을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언더붑 패션은 여성 주체성과 자유로움의 상징이며 패션 지적은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일각에선 언더붑 패션이 '프리 더 니플(Free the Nipple)' 운동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여성의 자유로운 상의 탈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으로, 한 패션지는 2017년 언더붑 패션을 '프리 더 니플'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가슴의 밑라인을 드러낸 '언더붑'(Underboob) 패션이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그룹 블랙핑크 제니 인스타그램 캡처(왼), 가수 현아 인스타그램  캡처(우)

최근 가슴의 밑라인을 드러낸 '언더붑'(Underboob) 패션이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그룹 블랙핑크 제니 인스타그램 캡처(왼), 가수 현아 인스타그램 캡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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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서도 언더붑 비슷한 '짧은 저고리' 등장…'요복'이라 지탄받기도


여성 패션을 둘러싼 논쟁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상·하의가 분리된 한복은 신체를 인식하기 좋은 복식 구조를 가졌는데, 원래 엉덩이 정도까지 내려오는 길이에서 17세기 후반~18세기부터 조선 여성들의 저고리 길이가 눈에 띄게 짧아지기 시작하더니 18세기에는 품까지 좁아졌다. 1920년경에는 여성 저고리의 길이가 성인 남성의 한 뼘보다 작은 19cm 정도에 이르게 됐다.


이러한 유행은 17~18세기 조선 후기 상공업과 예술이 발달하는 등 사회 전반의 격변과 관련이 있다. 새로운 복식미를 추구하게 되면서 '하후상박' 스타일 등장한 것이다. 당시 하후상박 패션의 유행은 기생이 주도했는데, 사대부 남성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시작됐다가 궁궐과 상류층까지 유행했다. 하후상박이 조선 여성들의 선택을 받은 건 스타일 자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정숙을 강요받았던 당시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개성 표현의 수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가슴이 드러나는 짧은 저고리는 양반들 사이에서 지탄이 대상이 됐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893)는 짧은 저고리를 요사스럽다는 뜻을 담아 '요복'(妖服)이라고 칭했다. 저서 '청장관전서'에는 "대저 복장에 있어서 유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창기(娼妓)들의 아양 떠는 자태에서 생긴 것인데, 세속 남자들은 그 자태에 매혹되어 요사스러움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의 처첩에게 권하여 그것을 본받게 함으로써 서로 전하여 익게 한다"고 적었다.


의복의 변화를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말세가 되니, 부인의 의복이 소매는 좁고 옷자락은 짧은 것이 요사한 귀신에게 입히는 것처럼 되었다"면서도 "대동(大同)으로 되어가는 풍속에서 또한 어쩔 수 없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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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쟁거리'된 여성 패션…왜?


예나 지금이나 여성의 복장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논쟁거리가 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는 특히 여성 복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두드러지는 현상에 대해 여성을 여전히 훈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허민숙 여성학자는 "사실 활동성이 떨어지고 불편한 옷이라 하더라도, 옷을 선택하는 건 개인의 자유"라며 "유독 여성 복장에 대한 논쟁이 반복되는 건 결국 여성을 조언·훈계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을 온전한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가부장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이 신체 노출을 했을 때 과도하게 성적인 의도라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며 "오랜기간 여성의 신체를 평가해왔던 문화적 맥락이 작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도한 신체 노출이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청소년에게 정말 위협이 되는 건 웹툰, 게임 등을 통한 성적대상화"라며 "어린 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게 하고, 성범죄의 희생양으로 삼게 하는 일을 개선시키는 데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왜 패션 논쟁에만 광분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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