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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운명" 美와 반도체 협력키로 한 日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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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왼쪽)과 지나 러먼도 미 상무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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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과 반도체에서 손을 잡는 것에 기이한 운명을 느낀다."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협력을 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4일(현지시간)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A4용지 한장도 채 되지 않은 발표문에는 미·일 반도체 협력 기본 원칙으로 '양쪽에 서로 인정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한다', '개방된 시장, 투명성, 자유무역을 중시한다',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공유한다'고 적혀있었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이 '기이하다'고 표현한 것에 주목, "반도체를 둘러싸고 일본과 미국이 대립해온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1980년대 후반 전성기를 보냈던 일본 반도체 업계가 미국의 압박에 고개 숙이면서 지금의 반도체 쇠퇴기에 도달하게 된 점을 감안했을 때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묘한 상황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198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압도하며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도체 시장은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었지만 일본 업체들이 급성장하며 이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자 위협을 느낀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SIA)가 1985년 무역대표부(USTR)에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을 지원한 반도체산업정책이 불공정하다며 일본을 제소, 압박에 나섰다.


그 결과 1986년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협정을 맺게 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1987년에도 미국은 일본산 컴퓨터나 TV 등에 100% 보복 관세를 붙이는 등 추가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반도체 업체는 미국에 고개를 숙이게 됐고 자국 내 외국 반도체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기존 11%에서 20%까지 높이고 D램 저가 수출을 중단하는 등 제약을 받아들게 됐다. 이 협정은 1996년에야 종결됐다. 그 사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성장했고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면서 일본은 서서히 자리를 빼앗기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되돌아보며 "미국으로부터 압박도 있고 그 후 행보를 잘못하면서 일본의 쇠퇴로 이어졌다. 메이드인재팬의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로 세계를 석권하려는 도전과 야심이 실패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러한 과거가 있는 일·미가 손을 잡는 것은 경제·안보상 반도체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라면서 인공지능(AI) 등 민간분야 뿐 아니라 군사기술에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이 일본과 협조할 수 있는 건 지금 일본 산업이 미국에 위협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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