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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팝에서부터 갸루피스까지…2030 문화에 스민 '일본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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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日 음악 '시티팝' 이어 '갸루족' 사진 포즈까지 젊은층서 유행
"요즘 인싸는 '갸루피스' 포즈해야"
융성한 도시 속 쓸쓸함 담은 '시티팝' 인기도 이어져
"뉴트로 인기 반영된 것…'일본 문화'여서 호응하는 건 아냐"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갸루피스'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게 인기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갸루피스'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게 인기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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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요즘은 밋밋한 브이(V)자 대신 '갸루피스'죠."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Retro) 열풍을 타고 1970년대 후반 일본 경제 부흥기에 유행한 '시티팝'(City pop)에 이어 이른바 '갸루족'의 시그니처 사인인 '갸루피스'까지 2030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갸루피스' 포즈로 사진을 찍고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갸루'(Gal의 일본식 발음·Girl의 비속어)는 1980년대 전반 일본에서 태어나 경제적 풍요 속에서 19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활달한 여학생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들은 특이하고 화려한 화장법과 헤어, 복장으로 한때 일본의 패션 문화를 주도했다. 태닝한 듯 구릿빛에 가까운 짙은색의 피부와 눈매를 진하게 강조한 화장, 금발 머리가 특징이다. '갸루족'은 특유의 시그니처 사인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갸루피스'(갸루+브이 포즈라는 뜻의 피스)다. 팔을 앞으로 길게 뻗고 브이를 뒤집은 포즈로, 최근 그룹 아이브의 레이가 '갸루피스' 포즈로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그룹 엔믹스 설윤이 '갸루족' 특유의 시그니처 사인인 '갸루피스'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엔믹스 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엔믹스 설윤이 '갸루족' 특유의 시그니처 사인인 '갸루피스'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엔믹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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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룹 에스파 지젤, 레드벨벳 조이, 엔믹스 설윤 등 아이돌 사이에서 '갸루피스' 포즈가 인기를 끌었고 젊은층에게도 유행이 번졌다.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고 손목이 하늘을 향하도록 하는 포즈가 다소 불편해보이지만, 요즘 '인싸'(인사이더·인기인)라면 밋밋한 브이 대신 '갸루피스' 포즈로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공유하는 게 청년들 사이에서 일종의 트렌드다.

20대 대학생 A씨는 "갸루피스 포즈로 사진을 찍는게 '힙'한 것 같다"며 "갸루피스 이후에는 그냥 브이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의 복고 문화가 2030세대의 이목을 끈 건 갸루피스뿐 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뉴트로 바람은 시티팝 열풍을 몰고 왔다. 시티팝은 일본 경제 호황기인 1970년대~1980년대 번영한 도시 속 쓸쓸한 분위기를 담은 음악 스타일이다. 경제 호황으로 풍부한 자본력을 갖추게 된 일본 가요계는 탄탄한 음악 인프라를 구축했고, 기술적인 세련미가 돋보이는 노래를 만들어 유행을 이끌었다.


유빈 '숙녀' 앨범 표지(좌), 선미 '보라빛밤' 앨범 표지(우) 사진=멜론 앨범정보 캡처.

유빈 '숙녀' 앨범 표지(좌), 선미 '보라빛밤' 앨범 표지(우) 사진=멜론 앨범정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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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시티팝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국내 가요계에서는 시티팝을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한 곡들을 속속 내놓기도 했다. 곡 '숙녀'로 '시티팝 아이콘'으로 떠오른 유빈부터 선미의 '보랏빛밤',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해' 등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K-팝·K-드라마 등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내 일본 문화의 영향력은 사그라드는 추세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국경없는기자회(RSF)의 '2022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보면 한국은 180개국 중 43위인데, 일본은 71위다. 일본은 자민당 독주 체제이다 보니 사회가 경직돼있는 모습"이라며 "이렇다 보니 문화 부분도 오랫동안 정체됐다"고 말했다. 과거 아시아의 대중문화를 주도했던 일본이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면서 문화적 헤게모니의 지위도 자연스럽게 축소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티팝, 갸루피스 등 일본 문화가 한국에 유입돼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새로운 방식으로 복고풍을 해석하고 있는 젊은층의 영향으로 보인다.


김 평론가는 "갸루피스 인기는 '일본 문화'여서가 아니라 단순히 갸루피스의 매력에 젊은층이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트로 유행의 맥락"이라며 "젊은세대는 국적에 따라 문화를 따르는 게 아니라 단순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젊은층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 문화가 마음에 들면 적극 수용한다. 한일 젊은층 사이에서 '실용적 관점'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풍' 유행에 대해 "한국인들은 일본에 반감이 커서 일본 문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일본 문화가 아직도 세계적으로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2030 청년들에게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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