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조림보국'→최태원 'ESG경영'…SK, 세계산림총회서 50년 조림사업 소개

SK임업 창립 50주년…2~6일 세계산림총회 부스 마련

故 최종현 회장 "민둥산 막아라"…최태원 회장 'ESG 경영' 승화

SK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산림총회(WFC)'에 참여해 설치한 전용 부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중앙에 설치한 '생명의 나무' 조형물. SK의 탄소 저감 노력을 미디어 아트 형식으로 소개했다. SK는 부스에서 50년간 해온 조림사업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소개한다.(사진제공=SK)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SK 그룹이 고(故) 최종현 회장이 설립한 SK임업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계산림총회(WFC)에 참여해 그룹의 탄소감축 노력을 소개한다. 국내 1호 탄소배출권 확보 그룹으로서 '산림 기반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축 계획 등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청사진을 밝힐 방침이다.

SK그룹에 따르면 SK임업은 2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린 제15회 WFC에서 1972년 회사 설립 후 50년간 국내외 조림사업 성과와 탄소배출권 플랫폼 사업 계획 등을 밝힌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WFC는 이날부터 오는 6일까지 닷새간 진행되는데 SK는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조림사업을 하는 SK가 한국 기업을 대표해 독립 부스를 만들어 참여했다.

전시 부스인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그룹의 산림 조성 및 탄소 감축 노력을 하나의 여정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그룹이 조림 사업을 해온 충청북도 충주시 인등산을 모티프로 전시관 전체를 하나의 숲길처럼 조성했다. 중앙부엔 '생명의 나무' 모형을 설치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2'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총회에서 SK임업은 조림을 통한 다양한 탄소 저감 사업을 소개한다. 강원도 고성군의 황폐지에 자작나무 등 조림수 25만 그루를 심어 진행 중인 A/R CDM(신규조림/재조림 청정개발체제) 사업이 대표적이다.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이다. SK가 2013년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종 인가를 받아 숲 조성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덕분에 진행할 수 있게 된 사업이다.

향후 '산림 기반 탄소 배출권 거래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조림사업 등으로 탄소 흡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권을 탄소감축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공급하는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산주에겐 경제적 인센티브를, 기업엔 믿을 만한 탄소 상쇄 수단을 각각 제공해 숲 보전과 기후위기 해결에 기여할 방침이다. 해외 개발도상국의 산림 보호 활동에 참여해 산림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경험을 살려 그룹의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관계사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산림총회(WFC)'에 참여해 설치한 전용 부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SK는 부스에서 50년간 해온 조림사업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소개한다.(사진제공=SK)

그룹의 조림 사업은 1972년 최종현 회장이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1960~70년대 무분별한 벌목 등으로 민둥산이 늘어나는 보고 충청남도 천안시 광덕산(480.9ha)을 시작으로 충주 인등산(1180ha), 충북 영동군 시항산(2364.8ha) 등 총 4100ha의 황무지 임야를 사들여 숲을 조성했다. 임야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먼 임야를 조림지로 택했다. 호두나무와 자작나무 등 활엽수 중심의 고급 수목을 심었다. 그 결과 황무지에 가깝던 산간 임야가 400만여 그루 나무를 품은 울창한 숲으로 거듭났다. 넓이는 서울 남산의 약 40배에 달한다. 조림사업 수익금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금으로 쓰였다. 최종현 회장의 조림사업은 환경(Environment)과 인재육성을 통해 사회(Social)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ESG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SK 측은 설명했다.

친환경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ESG 경영과 탄소 감축 노력으로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비즈니스 네트워킹 SNS인 '링크드인(LinkedIn)'에 선친인 최종현 회장이 시작한 산림녹화 사업을 소개하며 SK친환경 사업의 오랜 역사를 강조한 바 있다. SK는 '2030년까지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감축에 기여한다'는 목표 아래 사업 모델 혁신과 투자를 진행 중이다.

WFC는 UN식량농업기구(FAO)가 6년마다 여는 최대 규모의 국제 산림행사다. 세계의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시민단체, 학계, 기업들이 참여해 산림과 환경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탄소저감 생태계 조성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 서울 총회엔 역대 최대인 143개국 1만여명의 환경 분야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