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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SNS로 소통한 감성마을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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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떠난 소설가 이외수
트위터로 정치·사회 소신 발언
미디어와 친숙했던 국민작가
폐렴 투병 중 운명…향년76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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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25일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외수. 그를 평생 따라다닌 수식어는 ‘기인’이다. 덥수룩한 수염과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둔 머리카락. 개집에서 잠을 자고 지붕 위에서 술을 마시는 그의 행동은 예사롭지 않았다. 세상이 이외수를 기인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금기의 벽을 넘나드는 데 거침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른바 뉴라이트 교과서에 관해 이렇게 일갈했다. "김구 선생을 테러분자라고 가르치는 세상."


◆문재인·박근혜, 감성마을 인연= 이외수는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자화자찬을 특유의 해학적 언어로 비틀었다.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부."

그는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누군가는 이를 환호했다. 촌철살인 언어로 여겼다. 하지만 정치색이 짙은 그의 언행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도 있었다. 대중의 그런 평가는 이외수의 행동을 제약하지 못했다. 그는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마음껏 소신을 전하며 살았다.


이외수는 미디어형 작가였다. TV 교양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를 부르는 곳이 많았다. 대중이 친숙하게 여기는 소설가는 그 자체로 상품성을 지녔다. 2010년대 이후에는 활발한 트위터 활동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170만 팔로어를 거느리며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렸다. 유력 정치인들은 그를 만나고자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을 찾았다. 이외수는 감성마을 촌장으로 불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후보들이 모두 감성마을을 찾아 이외수를 만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근혜 후보는 그 해 대통령에 뽑혔고, 문재인 후보는 5년 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유력 대선주자를 비롯해 강원도지사를 꿈꾸던 인물들이 감성마을을 찾았던 이유는 이외수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을 홍보할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사랑한 소설가=이외수는 1946년 함양의 외가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강원도 사람이었다. 그의 삶 대부분은 강원도와 인연이 깊다. 강원도 인제군 본가에서 성장했다. 1964년 춘천교대에 입학했다가 1972년 중퇴했다. 같은 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됐다.


1975년 ‘세대’지에서 중편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이외수는 작품으로도 인기 있는 소설가였다. 가족의 몰락과 도덕의 상실로 현실감을 잃어버린 청년의 인생을 섬세하게 묘사한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1978)은 20년간 70만부가 팔렸다.


이후 ‘들개’(1981), ‘칼’(1982), ‘벽오금학도’(1992), ‘황금비늘’(1997), ‘괴물’(2002), ‘장외인간’(2005) 등을 선보였다. 선도(仙道)와 예술의 세계를 다루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해 파고든 ‘벽오금학도’는 출간 3개월 만에 120만부가 판매된 바 있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던 그는 춘천교대 시절 미전에 입상한 경력도 있다. 1990년 ‘4인의 에로틱 아트전’과 1994년 선화(仙畵) 개인전을 여는 등 화가로서의 재능도 지녔다. 하지만 세상은 이외수를 소설가로 기억한다. 춘천에서 30여 년간 지내며 집필 생활을 이어갔다. 2006년 이후에는 감성마을로 이주해 투병 전까지 지냈다.


동료 문인들은 그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류근 시인은 페이스북에 "문학으로도 인간으로도 참 많은 것을 주고 가셨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졸혼, 투병…세상과의 작별=병마는 이외수 특유의 너털웃음을 빼앗아갔다. 이외수는 2014년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뒤 회복돼 다시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재작년 3월 뇌출혈로 다시 쓰러졌다. 이후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이외수는 개인사도 평범하지 않았다. 아내인 전영자씨는 미스 강원 출신이다. 이외수의 사생활 문제와 맞물려 결혼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수차례 이혼의 위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아내 전씨와 결혼 44년 만에 졸혼을 선언하며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이외수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곁을 지킨 것은 전씨였다. 전씨는 이외수의 뇌출혈 소식을 듣고 "남편이 불쌍하다"면서 졸혼 종료를 선언했다.


병마는 결국 이외수를 세상과 갈라놓았다. 그는 올해 3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후유증으로 폐렴이 찾아왔다. 이제 이외수의 웃는 모습을 현실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25일 오후 7시 38분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했다. 향년 76세. 장례는 춘천 호반병원 장례식장에서 오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미정이다.


이외수의 장남 한얼씨는 부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밀린 잠을 청하듯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고 지금이라도 깨우면 일어나실 것 같은데 너무 곤히 잠드셔서 그러질 못하겠다"라고 전했다. 한얼씨는 "‘존버’의 창시자답게 재활을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여러분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하늘의 부름을 받은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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