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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통령의 통치철학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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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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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역대 정권은 저마다의 통치 플랜을 갖고 있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어떤 비전으로 국정을 차별화하고 어떤 어젠다로 존재이유를 증명할 건가", "인수위가 아직껏 제대로 된 답을 못 내놓고 있다"고 답답해한다. 인사의 사유화, 재정포퓰리즘, 불통(不通)의 통치 같은 것을 예로 들면서, 자질구레한 것에만 매달리는 철학 빈곤과 준비 부족 상태를 지적한다.


철학이 없으면 어떻고, 거창한 구호가 없으면 어떤가. 예를 들면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구호는 실로 거창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결국은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선동적인 구호일 뿐인 경우가 많다. 국민을 국가 통제 이래에 두고 세금을 더 거두고 돈을 풀고 표를 얻어 정권재창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정철학은 없는 것만 못하다.

국민들에게는 당장 피부에 닿는 불편 해소가 더 시급하다. 그동안 망가진 부분을 수선하고 정상상태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금강산 내 호텔과 골프장 복합 리조트 건설에는 수년이 걸렸지만 해체는 단 8일 내에 끝냈다. 지난 4년간 폐허로 만든 원전 생태계 복원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장차 5년 내에 비정상의 정상화에 매진해 준다면 민간주도 자유시장경제를 회복하고 경제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민생을 위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철학이 발표된 바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시장의 자유’, ‘규제 혁파’, ‘작은 정부’ 같은 것들이 발표됐다. 이들만이라도 제대로 실천된다면 엉터리 경제이론인 ‘소득주도성장’, 뜬금없는 ‘한국판 뉴딜’ 같은 것보다 몇 백 배는 낫다고 본다.


한국 경제는 심각한 저성장 위기에 처해있다. 2030년 이후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연평균 0.8%로 하락해 OECD 38국 중 꼴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달 경제6단체장을 만난 뒤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를 빼내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주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하고 1시간 이상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한국 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했다고 한다. 이어 울산 북항 동북아 오일ㆍ가스허브 건설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으므로 취임 전 전국 주요 산업현장을 누비며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대부분의 규제는 더불어민주당의 견고한 벽을 뚫고 법률을 개정해야만 제거할 수 있다. 다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령인 시행령과 정부 각 부처 장관령인 시행규칙 및 고시를 정비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국회의 동의 없이도 국무회의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새 대통령 취임 즉시 각 부처는 소관 법률 시행령과 규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전경련, 경총, 상장협 등과 협의해 신속히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무회의를 통해 처리하면 즉효를 발휘할 수 있다. 상법, 자본시장법, 중대재해처벌법, 특정경제범죄법 등 기업인을 옥죄는 시행령과 규칙에 산재해 있는 갈라파고스적이고 퇴행적인 명령들을 신속히 제거만 해 주더라도 기업들은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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