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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임라이트]"20년 전 욘사마 열풍, 그때 만난 재일교포 눈물이 '파친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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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파친코' 공동 수석 프로듀서·엔터미디어 콘텐츠 대표
배용준 앞세워 日 한류 붐 일조 "재일교포 만나 차별·핍박 인지"
"재미교포들도 드라마 보며 울어…미국인들도 공감하는 이야기"
"'파친코' 우리들의 할머니들께서 한마음으로 도와주신 결과물"

[단독·라임라이트]"20년 전 욘사마 열풍, 그때 만난 재일교포 눈물이 '파친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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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엔터미디어 콘텐츠 대표는 애플TV+ ‘파친코’의 공동 수석 프로듀서다. 제작에 투신하기 전에는 연예기획사를 경영했다. 배우 배용준이 2004년 설립한 비오에프다. 대표이사를 맡아 일본 내 한류 붐에 일조했다.


이른바 ‘욘사마’ 열풍은 뜨거웠다. 당시 일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는 경제적 효과를 약 2조 원으로 측정했다. 문화적 효과는 이보다 더 컸다. 한일 간 벽에 균열을 낼 정도였다. 지난 18일 아시아경제를 만난 이 대표는 "재일교포들을 만나 체감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손을 꼭 붙잡으시고는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하셨다. 이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얼마나 많은 차별과 핍박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 기억은 ‘파친코’ 드라마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소재가 낯설고 영어 비중이 낮아도 미국인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파친코’는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모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벌써부터 올해 최고 드라마로 꼽히며 한국문화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미국에서 드라마 ‘굿 닥터’를 리메이크해 초석을 다졌던 이 대표는 "미국 제작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제는 한국어 비중이 절반 이상이어도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소득은 공감대 형성이다. 많은 미국인이 한국인의 삶을 궁금해하고 있다."


이동훈 '파친코' 공동 수석 프로듀서

이동훈 '파친코' 공동 수석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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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친코’에서 어떤 일을 수행했나.

"기회 단계부터 함께했다. 제작진을 꾸리고 대본 번역을 관리했다. 제주, 부산, 오사카 등 방언이 많아 쉽지 않았다. 역사·문화 고증 작업도 못지않게 어려웠고. 역사학자 심용환씨와 한홍구씨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동명 원작 소설이 일찍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피칭(투자 유치)이 한결 수월했을 듯하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해서 주목도가 상당했다. 피칭에 많은 회사가 참여했다. 총괄 프로듀서 수 휴(허수진)가 시즌 4까지 계획을 흥미롭게 발표했다. 그 덕에 뜨거운 경쟁이 벌어졌고, 애플TV+가 파일럿 없이 8부작을 모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민자 이야기에 끌렸다고 하더라. 제작사인 미디어 레즈의 대표도 유태인이다. 선자(김민하·윤여정)가 그리워하는 쌀밥 등의 이야기에서 크게 감동했다고 들었다."

-미국인에게 생소한 한국 가족의 이야기인데.

"대다수가 잘 알지 못하는 한국, 그것도 일제강점기의 내용이다. 언어도 다르다. 한 번도 다뤄진 적이 없어 애플TV+ 사장단은 조금 불안했다고 한다. 수 휴, 테레사 강 로우 등 한국계 제작진이 우려를 불식하려고 노력했다. 애플TV+ 담당자인 한국계 미셸 리도 많이 도와줬고. 그 열정을 보고 제작을 구체화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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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들어지기 더 어려웠을 거라는 의견도 있던데.

"맞다. 디아스포라를 다룬 한국 작품은 작은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전부다. 마이너 소재인 거다. 해외에서는 메이저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민자의 삶을 겪었으니까. 시각을 달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영상화 판권을 노리는 소설도 한국에서는 하나같이 주목받지 못했다. 밖에서는 재조명할 가치가 보인다. 그걸 세계인들과 꾸준히 공유하고 싶다."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체감했고 있나.

"재미교포들은 거의 모두 울었다. 자기 할머니가 선자 같은 삶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에서 이민자를 많이 괴롭히지 않았나. 그때 당했던 울분과 설움도 토해내는 듯하다. 미국인들은 온 가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근래 드라마 시장이 장르물로 고착화되면서 이런 드라마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한국 역사가 자연스럽게 전달돼 뿌듯하다. 주위에서 일제강점기의 슬픈 역사를 알려줘서 좋다고 한다. ‘굿 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피오나 구벨만은 조그마한 극장을 빌려 친구들과 1·2·3화를 함께 보기도 했다. 시청을 마치고 화상 전화를 걸어와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줬다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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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청자도 새로운 눈을 떴을 듯하다. 일제강점기 방언 등 사실적 표현으로 진정성이 배가돼 있다.

"순화되지 않은 방언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사투리를 구사한 배우는 정웅인씨다. 배우 변종수씨로부터 도움을 받아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걸쭉한 제주도 방언을 유려하게 보여주셨다. 다른 배우들도 못지않은 과정을 거쳐 사실감이 극대화될 수 있었다. 한글 자막을 삽입해야 할 정도다. 진하씨는 일본인으로 오해까지 받는다고 하더라. 도쿄 표준어와 오사카 방언을 구사하고, 한국어와 영어에 빈틈을 줘야 해서 고생이 많았다. 전체적 틀은 정한솔 작가가 제공했다. 그의 고증과 수정을 거치지 않은 대사가 없다. ‘어부가’에서 ‘에헤라디야’라는 가사를 실제로 사용했는지 확인했을 정도다. 그래서 고친 가사가 ‘에노야 야노야, 에야노야노 어기여차’이다. 얼핏 일본어처럼 들리는데 음률부터 억양까지 당시에 맞게 수정한 결과물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촬영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배우 오디션부터 화상으로 진행해야 했다. 4개월 정도 걸렸다. 한국 촬영도 쉽지 않았다. 제작진 모두 열나흘 격리된 뒤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촬영한 신이 진하씨가 부산 벡스코에서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장면이다. 격리 해제 직후 바닥을 요란하게 구르다 보니 촬영 중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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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신은 무엇인가.

"김영옥씨와 윤여정씨가 극적으로 조우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완성본에 넣지 못한 분량이 꽤 된다. 담담하게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저절로 눈물이 났다. 제작진은 두 사람이 어떤 역사를 겪었는지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인지 현장의 공기가 꽤 무거웠다. 거실을 돌아다니던 강아지가 촬영 중 오줌을 싸서 겨우 웃을 수 있었다(웃음)."


-‘파친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외할머니께서 일제강점기에 오사카에서 수제비를 파셨다. 그때 번 돈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하셨다. 선자와 비슷한 삶을 사셨던 셈이다. 그런 분의 돌봄을 받으며 자란 개인적 역사가 행운처럼 느껴진다. 외할머니는 2005년 성탄절에 돌아가셨다. 이후 한 번도 꿈에서 뵌 적이 없었는데, 첫 촬영 전날 밤에 백발의 얼굴로 나타나셨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한 웃음을 보이시며 저를 꼭 안아주셨다. 꿈에서 깨고 찾아간 촬영장에서 제작진에게 우리 작품은 축복을 받을 거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모든 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한 번도 촬영이 연기되지 않았다. 10월에 부산 영도에서 촬영할 때는 반팔 티셔츠를 입었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했다. 우리들의 할머니들께서 한마음으로 도와주셨다고 생각한다. 후속 시즌 촬영도 책임감을 안고 임할 생각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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