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5일 서울 북악산 남측면 개방을 기념해 산행하던 중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 연화문 초석에 앉아 동행한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한 시민단체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법흥사터 초석 착석 논란과 관련해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고발했다.
10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청장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지난 8일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5일 서울 북악산 남측면 개방을 기념해 산행하던 중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 연화문 초석에 앉아 동행한 김 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불교계를 중심으로 불교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스님은 법보신문과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스님은 김 청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스님은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화재청과 청와대 측은 해명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문 대통령 내외가 착석하신 법흥사터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 문화재가 아니다"라면서도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부부의 불교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언급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문 대통령 내외는 부처님 앞에 공손히 합장하고 예를 올렸고 동행했던 청와대 참모들도 자신의 종교를 떠나 정성껏 예를 올렸다"고 했다. 또 이날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그 문제는 사려깊지 못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초석 착석이 문제될 것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정스님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딱 봐도 새롭게 건물을 짓기 위해 기계로 만들어 가져다 놓은 주춧돌인데 저게 무슨 문화재라고 호들갑을 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물 재료에 사람이 앉아서 쉬는 게 어째서 비판받을 일인가. 주춧돌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거기에 나무 기둥도 올리지 마라"고 일갈했다.
경북 청도 한지전용미술관 영담한지미술관 관장 영담스님은 "오히려 부처님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계종 승려로서 말씀드린다"며 "산행을 하시다가 빈 절터 아무렇게나 놓인 주춧돌을 만나시거든 잠시 앉아 쉬셔도 괜찮다"고 했다. 이어 "이를 시비하는 조계종단의 유치함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은 김 청장과 박 수석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조계종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해명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재 관리업무를 총괄하는 문화재청이 '등록 문화재가 아니다'라고 발표한 데 이어 박 수석은 '버려져 있던 그냥 그런 돌'이라고 밝혔다"며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비지정 불교 문화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은 지정 및 등록 문화재 중심의 문화재 정책에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중요성 또한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정책 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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