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푸틴 러 대통령 핵공격 위협 후 벌어진 소동 전해
美 정부, 공공-민간위성 총동원해 감시 강화
전문가들 "'정례적 훈련' 파악, 아직 공격 징후 없어" 분석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후, 미국이 수백대의 민간ㆍ공공 정찰 감시 자산을 총동원해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징후는 없었다.
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무기 부대들이 '특별한 전투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한 뒤 미국은 연방 정부 및 민간 소속 정찰ㆍ감시 위성 수백대를 동원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징후를 포착하기 위한 감시를 대폭 강화했다. 여기엔 러시아의 폭격기, 미사일, 잠수함 등은 물론 수천개의 핵무기들을 저장해 놓은 벙커들도 포함됐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료들은 아직까지 러시아가 실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반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리는 아직까지 핵 준비 태세를 변경해야 할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 감시 전문가들은 긴장을 늦추거나 감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그동안 재래식 전력의 약세를 만회하기 위해 종종 소형 핵무기를 실제 사용한 전력이 있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결국 패퇴할 경우 자신의 '무자비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러시아가 핵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 예상되는 첫 번째 징후는 우선 핵폭탄을 실어 나를 전략 폭격기를 분산 배치하고 핵잠수함을 항구에서 출항시켜 은폐하는 것이다. 혹시 모를 미국의 타격에 대비한 조치다. 미국은 현재 우주 공간에 쏘아 올려진 수백개의 공공ㆍ민간 위성들을 통해 이같은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1962년 옛 소련이 미국의 코 앞인 쿠바에 158개의 핵탄두와 미사일을 배에 실어 보냈음에도 알아내지 못한 결정적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운반 수단인 각종 미사일의 숫자는 워낙 많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들을 합친 것 보다도 많아 동태를 정확하기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는 맥사(Maxar), 카펠라 스페이스, 플래닛 랩스 등 민간 지구 관측 위성 업체들과 적극 협력해 밀착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 플래닛 랩스 한 회사만 하더라도 200개가 넘는 이미지 촬영 위성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그동안 미국 정부와 군사 분야 협력을 진행해 왔다.
마크 로웬탈 전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 분석 담당 부국장은 NYT에 "민간 위성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러시아 핵무기와 담당 부대들의 일상적인 훈련과 연습 뿐만 아니라 유지 작업까지 모든 것을 추적해왔다"면서 "이런 활동으로 인해 보유하고 있는 기초적인 지식들이 러시아가 실제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말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 직후 벌어졌던 러시아 잠수함 관련 소동이 대표적 사례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러시아의 핵잠수함이 항구에서 출발하는 모습이 담긴 위성 사진 두 장을 게재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익스프레스'는 이 사진에 '(핵 공격을 위한)전략적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제목을 달아 기사를 실었다. 잠시 핵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의 출항이 매년 정례적으로 진행되는 훈련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곧 소동은 잦아 들었다.
실제 지난달 7일 러시아 북해 함대의 잠수함 기지인 가지예보항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현재 활동 가능한 4대의 잠수함이 모두 선착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핵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는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러시아가)핵 공격 준비 상태를 더 높이게 된다면 일부 잠수함이 바다로 나오게 될 것"이라며 "모든 전투 투입 가능 잠수함들이 항구에 있다는 것은 핵 공격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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